[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지난 5월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딸이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어 돈도 많이 들것 같은데 걱정이네요." (서울 강동구 거주 40대 학부형)
갈수록 월세사는 세입자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 가처분소득은 주는데 물가는 오르고, 거기에 월세까지 크게 증가하면서 생활고가 더욱 심각해 지고 있다.
강동구 암사동의 A중개업소 대표는 "소폭이지만 보증금보다 월세 비중이 늘어났다"며 "집주인들이 월세를 받고 싶어해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전세 중심이었던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비중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줄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에게는 월세가 고정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반면, 세입자들은 지출 부담과 명확한 시세 기준이 없어 월세를 꺼려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과 함께 적절한 임대료 규제 조치가 일시적이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0년 월세비중 20.1%..11년 전보다 7.5%포인트 ↑
현재 우리나라의 임대차 시장은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전체 주택의 점유형태별 현황에서 전세 비중은 21.7%,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는 20.1%로 조사됐다. 2000년 이후 10년간 전세비중은 6.5%포인트 줄어든 반면 월세는 7.5%포인트 늘어났다. 최근까지 전·월세 비중이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세 21.8, 월세 21.3%로 전·월세간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보증금은 전국 평균 1억2054만원으로 지난 2010년 8060만원보다 50% 상승했다.
보증부 월세의 전국 평균 보증금은 1884만원, 월세는 25만원으로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해 지난 2010년과 비교하면 14% 증가했다. 반면, 순수 월세는 전국 평균이 32만원으로 지난 2010년 34만원보다 5%정도 떨어졌다. 다만 수도권 평균 월세는 42만원으로 같은 기간 11% 상승해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결과로만 보면 전세 보증금보다 월세 증가분이 표면적으로는 더 크기 때문에 월세 거주자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월세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전세는 계약이 만료되면 회수가 가능하지만, 월세는 매월마다 지불해야 하는 소모성 비용이기 때문이다. 가격 증가분은 가처분 소득감소로 인해 가계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임대료 상승 분위기에 따라 임차가구의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수준을 보여주는 'RIR(Rent to Income Ratio)' 역시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 임차가구의 임대료 부담률은 지난 2010년 20.9%에서 지난해 23.3%로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장하는 RIR 20% 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세→월세 전환 속도를 늦추는 임시적 장치 필요"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현재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과도기 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월세비율에 대한 기준 정도가 제시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월세기준과 관련한 여러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월세 전환의 완급조절을 위해 일정부분 보증금 비율에 대한 규제도 필요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임차인 입장에서 굳이 전세만을 선호하지 않고 월세로 갈 수도 있고, 또 전세난도 다소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과도한 월세 부담 증가는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노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월세 전환은 대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속도만큼은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