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간 '보수정부' 홍보 보훈처, 美보고서 자체도 왜곡

일부 내용만 따서 "보수정부라야 통일" 주장..실제론 "아무 차이 없어"

입력 : 2013-10-11 오후 1:46:36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국가보훈처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유리한 안보교육을 하기 위해 미국 보고서 내용을 왜곡한 것이 드러났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보훈처가 보수세력이 재집권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보교육을 실시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안보교육은 지난해 4월25일 이후 지난해 1411차례 열렸고, 22만여명이 참석했다.
 
보훈처 교육 내용 중에는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통일과 안보위협 제거의 역사적 기회가 되겠지만 청와대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추진방향이 달라질 것"이라며 "진보정부가 들어설 경우 통일을 추진하지 않는 반면, 보수정부라면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요컨대 남북이 영구분단되는 재앙, 북한은 중국의 속국으로, 한국은 중국의 변방으로 몰락할지 선택은 한국인에 달렸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보훈처는 이에 대해 “2011년 미국 국방대학(NDU) 산하 국가전략연구소(INSS)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저자가 단순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뉴스토마토가 해당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보훈처는 보고서 내용을 왜곡해 사용했다.
 
보훈처가 인용한 INSS보고서 표지(캡쳐=김현우 기자)
 
보훈처는 ‘한반도에서 북한 정권 붕괴와 미국 외교의 도전(Korean Futures : Challenges to U.S.Diplomacy of N.Korean Regime Collapse)’ 보고서 19페이지 ‘한국 정부의 최우선 사항(ROK Priorities)’을 인용했다.
 
보훈처 내용대로 보고서에는 “진보 정부는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수 있고, 보수 정권은 통일을 시도할 것(A progressive ROK government would probably not be inclined to pursue reunification, while a conservative Blue House might be inclined to make the attempt)”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진보 정권, 보수 정권의 차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INSS는 보고서에서 “청와대의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긴급 상황에서는 이념, 세대, 지역 등 한국의 깊고 확연하게 분리된 정치 풍경이 나타날 것이다. 진보, 보수 정권과 상관없이 한국 군대 같은 정부 내부 세력들이 청와대에 압력을 넣을 것이다(Even if the Blue House favored a particular policy course, moreover, deep and predictable divisions in the ROK political landscape—along ideological, generational, and regional lines—will surface during the contingency. Pressures from inside the ROK government, particularly from within the ROK military, also will push the Blue House toward (or away from) reunification, regardless of who occupies the presidency—a progressive or conservative.)”라고 분석했다.
 
INSS는 청와대가 강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역사적이고 중요한 정치적 결정(통일 여부)을 억지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The Blue House thus will be forced into making historically significant policy decisions without strong public consensus.)
 
이로 인해 한국은 정치적 불안이 계속 되고 미국에 지원을 요청할 것(In this weak domestic political context, Seoul will look to Washington for support)이라고 내다봤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남북이 영구 분단되고 북한과 한국이 중국의 지배를 받을 것이라는 내용은 보고서에 들어있지 않다.
 
이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붕괴됐을 경우 ▲ 중국의 태도에 따른 한국 정부의 통일 전략 변화 ▲ 현실적인 이유로 한국이 ‘점진적 통일’보다 독일식 ‘흡수 통일’을 선택할 것 ▲ 미국과 UN의 역할 등을 분석했다.
  
민주당은 보훈처가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안보교육을 대선 전 집중적으로 한 것을 대선개입이라고 지적했다.
 
강기정 의원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민감한 시기에 국가기관이 나서서 종북, 좌파운운하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자료를 만들고, 보수단체로 하여금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시키게 한 것은 명백한 대선개입"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 의원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민감한 시기에 국가기관이 나서서 종북, 좌파운운하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자료를 만들고, 보수단체로 하여금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시키게 한 것은 명백한 대선개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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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