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하이스코 냉연 합병..매출 20조 일관제철소 탄생(종합)

재무구조 안정 및 수직계열화 작업 완성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계 지각변동 예고

입력 : 2013-10-17 오후 4:21:39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일관 공정을 갖춘 연매출 20조원 규모의 초대형 종합제철소가 탄생한다. 현대차그룹의 오랜 숙원이 마침내 풀린 것이다. 
 
쇳물 생산부터 열연 강판, 냉연 강판, 특수강 생산에 이르는 거대 일관제철소로, 포스코(005490)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한국 철강 역사는 다시 쓰여지게 됐다.
 
현대제철(004020)현대하이스코(010520)는 17일 오전 같은 시간대에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강판 제조 및 판매부문을 분할 합병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목적은 일관제철사업의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을 인수해 제선에서 제강, 연주를 거쳐 열연강판 생산뿐 아니라 하공정 제품인 냉연강판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합병 후 현대하이스코는 석유·가스 수송 파이프라인 등에 쓰이는 강관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분할합병 비율은 1대0.3889584이다. 합병 완료 시 현대제철 최대주주인 기아차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9.75%로 5.93% 증가하게 되며, 최대 주주의 변경은 없다.
 
현재 현대제철은 기아차(21.29%)와 정몽구 회장(12.52%)이 2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차(29.37%), 기아차(15.65%), 정몽구 회장(10.0%) 등이 주요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달 14일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제3고로에서 첫 쇳물이 성공적으로 흘러나오자 현대제철 임직원들이 환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냉연 부문을 인수·합병함에 따라 현대제철은 매출 20조원 규모의 완벽한 일관제철소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현대제철과 현제하이스코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 13조5557억원, 8조405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다양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제철은 그간 고로에서 생산한 열연강판을 냉연강판으로 가공하는 하공정 단계를 구축하지 못해 사실상 반쪽짜리 일관제철소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쇳물 생산부터 자동차 강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일원화 시키는 동시에 재무적 효율성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이 생산한 열연강판을 현대하이스코가 매입해 냉연강판으로 재가공하는 불필요한 단계를 줄임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됐고, 현대차 그룹 내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3고로 완공으로 연간 총 2400만톤의 조강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고, 현대하이스코는 지난 5월 당진 2냉연공장을 완공해 연간 자동차강판 5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사용하는 연간 자동차 강판의 77% 가량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업계는 양사 간 인수·합병으로 현대제철의 재무 안정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6년 10월 1고로부터 지난달 3고로에 이르기까지 7년간 총 9조8845억원을 투입했다. 3고로 건설이 시작된 2011년부터는 매년 차입금 규모를 늘려 6월 말 기준 차입금은 무려 11조원을 웃돌았다. 
 
연간 이자비용만 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내년부터 본격적인 차입금 상환이 시작될 경우 자금 흐름에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현대하이스코는 내년부터 분기 당 1500억원, 연간 6000억원 가량의 현금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제철이 이를 인수·합병할 경우 차입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된다.
 
양사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철강업계에도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포스코다.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소를 운영하며 40년 동안 이어왔던 독과점 구조가 깨지고,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접어들게 됐다.
 
특히 철강업계의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으로 손꼽히는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3고로 화입식 당시 향후 현대·기아차 비중을 현 50%대에서 7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매출액 비중을 기준으로 포스코 전체 매출의 3%를 담당했는데,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가전제품과 자동차 차체 등에 주로 사용되는 냉연강판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냉연강판의 경우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이 애를 먹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산 냉연강판 수입량은 48만69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늘었다. 국내 사용량의 20% 이상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중국산 냉연제품 수입이 늘고 있는 마당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경쟁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포스코로서는 당연히 부담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은 경쟁사 자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으로,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계심은 숨길 수 없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이 포스코에게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 가능성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이를 감지한 포스코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시장 공략에 부쩍 공을 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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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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