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검찰이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수사를 놓고 또 다시 갈등에 휩싸였다.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55)은 18일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상부 보고를 누락한 채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을 진행한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이날 "지난 16일 윤 지청장이 검찰청법 등에 따른 내부 및 상부보고는 물론 결재 절차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채 국정원 직원 3명에 대한 체포영장과 주거지 등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17일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지청장이 현재 재판을 진행 중인 원세훈 전 원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역시 내부 보고와 상부 결제를 누락한 채 진행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이 이날 공소장에 포함시킨 혐의는 원 전 원장 등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을 동원해 5만5689회에 걸쳐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트위터에 게시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상부 보고 없이 진행한 까닭에 대해 "수사기밀유출을 우려해 상부 보고 없이 수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국정원 수사를 놓고 잠재되어 있던 검찰 내부의 갈등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으로부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받자 "좀 더 기다려보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그러나 조 지검장이 수사팀의 수사 확대를 가로막았다고 해석하고 독자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지난 6월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55)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황교안 법무부장관 등 검찰 내 공안라인은 이를 반대해 갈등을 겪은바 있다.
수사팀은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 방침이 상부에 보고되면 반대에 부딪힐 뿐만 아니라 수사기밀이 국정원 측에 미리 새어나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보고를 누락한 채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놓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찰 내 특수라인과 공안라인 간의 갈등설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 지휘를 맡은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50)는 수사팀이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 원 전 원장 등의 새 혐의를 담은 공소장 변경 등을 모두 진행하고 나서야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차장에게 사후보고를 한 사람은 박형철 공공형사부장이다. 박 부장은 대표적인 공안통이자 이 차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수사팀 내부에서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히는 박 부장이 이 차장에게 사후 보고했다는 것은 수사팀 내 특수 라인과 공안 라인 모두가 수사의 필요성을 공감했고, 수사기밀의 유출의 우려 역시 함께 공유했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윤 팀장의 수사배제 소식이 전해지자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헌법재판소 기자실에서 "이번 조치는 전대미문의 정권의 수사 및 공판개입 사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