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내 기업들이 세금부담이 없는 조세회피처에 지난 6년간 1000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송금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들도 포함됐으며, 특히 대기업의 조세회피처 송금은 같은 기간 300% 이상 급증했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종학(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조세회피처로 지정하고 있는 50개 국가에 대한 국내 송금액은 2007년부터 올해 9월 현재까지 998조7243억원에 달했다.
이 중 대기업의 송금액은 360조3609억원으로 전체 송금액의 36.1%를 차지했고, 중소기업이 179조5255억원으로 18.0%를 차지했으며, 공기업과 금융기관, 정부 등도 329조6551억원(33.0%)이나 송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역외탈세로 활용되는 조세회피처에 대한 송금액은 2007년 대비 2012년에 102% 증가했고, 대기업의 경우 같은 기간 301% 이상 증가했다. 금융기관과 공기업의 송금액도 178% 증가했다.
조세회피처에 대한 송금은 상당부분이 정상적인 무역거래가 아닌 투자를 통한 역외탈세에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홍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기준 내국인의 자회사 또는 내국인이 사실상 경영권을 지배하고 있는 법인이 조세회피처로 의심되는 국가에서 올린 유보소득은 법인들이 신고한 것만 3197억원에 달하고, 이 중 92.7%인 2963억원이 재벌 대기업의 소득으로 나타났다.
조세회피처 중에서도 효성그룹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됐던 케이먼 군도의 경우 지난 6년 간 25조6916억원이 송금됐는데, 이 중 무역거래 등을 위한 송금이 아닌 투자로 확인된 금액만 2조4479억원으로 집계됐다. 케이먼 군도의 경우 우리와 무역거래가 거의 없는 국가다.
홍 의원은 "조세회피처 국가 중에서도 우리와 무역규모가 크지 않는 나라들에 대규모 해외송금이 이뤄지고 이 송금액 중 일부가 투자로 확인되는 상황"이라며 "국세청이 이들 국가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쌓아 놓고 있는 유보소득을 파악한 실적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의원은 "해외로 국부가 유출되고 해외에서 세금이 탈루되는 것은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일"이라며 "해외 세금탈루 혐의에 대해서는 영구히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