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세계 조선산업을 주도하는 국내 조선 빅3가 '울상'이다. 수렁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던 업황이 최근 꿈틀대며 반전을 도모하고 있음에도 3분기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전망됐다.
무엇보다 저가수주 물량이 부메랑이 됐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저가로 수주했던 물량이 3분기에 집중되면서 조선 3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여름휴가와 추석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부족과 환율하락 여파가 더해져 실적 부진을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2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를 비롯한 국내 증권사들에 따르면 3분기 연결 기준 현대중공업의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3조2845억원, 3070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무려 48.3% 감소한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중공업은 매출액 3조7118억원, 영업이익 26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 19.0%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8.0% 증가한 3조7422억원, 영업이익은 11.8% 감소한 1043억원으로 전망됐다.
조선 3사 모두 적게는 11.8%부터 많게는 48.3%까지 영업이익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시장 컨센서스가 모아졌다.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불황기 때 수주한 저가 물량 때문이란 게 증권가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현재 인도지연 물량을 포함한 호황기 수주물량은 대부분 소진된 상태로, 올 초부터는 불황기 수주물량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수주 시점과 선박 인도 시점의 차이가 2년가량 나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업의 선가 하락은 2008년 말부터 시작됐지만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은 2011년까지 이어졌다.
특히 저가수주 물량으로 인한 여파는 조선 3사 중 현대중공업이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사업구조 상 저가수주가 집중된 상선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상선의 경우 해양플랜트에 비해 수주단가와 마진이 상대적으로 낮고, 낮은 가격을 내세운 중국 조선소들과의 경쟁으로 2009년과 2010년 당시 신조선가가 일제히 추락했다.
또 이 기간 국내 조선소들이 선박 도크를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저가로 수주에 뛰어들면서 선박 가격 하락폭은 커졌다. 손익 분기점을 맞추기도 어렵지만 생산 현장을 놀릴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물량을 잡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의 경우 전분기에 비해 현대미포조선의 적자폭이 다소 개선되고, 유가 상승으로 현대오일뱅크의 정제마진이 증가하면서 2분기(2890억원)에 비해서는 영업이익이 다소나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과 FPSO 등 고가의 해양플랜트 비중이 높아 3사 중 3분기 영업이익률(7.2%)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선종들 중 수익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드릴십의 경우 올 하반기에만 8척이 인도되고 내년에도 추가로 10척이 인도될 예정이어서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일반 상선보다 단가가 높은 LNG선과 해양플랜트 비중을 높이면서 3사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지난달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SMC를 400억원에 매각한 점도 실적 하락을 막는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한편 3사 모두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보였지만 수주량은 꾸준히 오르고 있어 올해 수주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3분기 국내 조선업체의 선박 수주량은 1086만CGT, 303억6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36%에 해당하는 규모로, 3분기 조선산업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14.4% 증가한 274억달러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10월 현재까지 조선·해양 부문에서 136억7000만달러를 수주해 올해 수주 목표(137억5000만달러)에 8000만달러 차로 근접했다. 여기에 선박 수주에 따른 옵션만 38억달러 규모로 알려지면서 연말까지 올해 목표의 120% 이상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124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치인 130억달러에 근접했다. 연말까지 LNG-FPSO와 드릴십, 그리고 LNG선과 컨테이너선의 추가 수주 또한 예상돼 총 수주액은 150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도 현재까지 118억달러를 수주해 올해 수주목표인 130억달러 달성이 유력시된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해양설비 및 LNG선, 컨테이너선 등 30억달러의 추가 수주가 있을 전망이어서 목표 초과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