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인터뷰)특허전쟁 그리고 오바마

입력 : 2013-10-22 오후 2:42:39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앵커: 토마토 인터뷰 시간입니다. 오늘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그 중에서도 최근 뜨거운 이슈를 몰고 왔던 미국국제무역위원회의 판결과 이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개입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특허전쟁>의 저자이시면서 국내외 특허문제와 관련해 요즘 왕성한 자문활동을 벌이고 계신 정우성 변리사님을 모시고 자세한 얘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변리사님, 안녕하세요?
 
지난 8월에 오바마 대통령은 ITC가 권고한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었죠.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 수입금지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통과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이중잣대'다 '보호무역주의'다 참 논란이 많았는데요. 우선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우성 변리사: 저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분쟁을 국가 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보지 않습니다. 즉, 오바마 미대통령의 거부권행사 여부를 보호무역주의와 연관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미국 행정부의 특허개혁 드라이브로 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봅니다. 애플은 자신만의 특허를 주장한 것이었지만, 삼성전자는 업계의 기술표준에 대한 특허를 주장한 관계로 결국 업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이중잣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중잣대 자체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미국 행정부의 특허개혁 드라이브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에도 확실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선 오바마 행정부가 특허제도 개혁에 대해 무게중심을 두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정우성 변리사: 특허제도를 악용하여 혁신 시스템을 위협하는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그 칼날은 ‘특허괴물’을 향하고 있습니다. 특허괴물이란 특허를 이용하여 제품을 개발하거나 제조하지 않으면서, 제조사들을 특허문서로 괴롭히며 위협하여 협상금이나 배상금을 얻으려고 소송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최근 2년간의 미국 특허침해소송의 62%가 특허괴물이 벌인 소송이며, 물경 10만 개의 회사가 특허괴물의 공격으로부터 괴롭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 미행정부의 연구자료입니다. 즉, 특허괴물이 미국의 혁신 시스템을 좀먹고 있다는 것이 미행정부의 인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특허괴물이 표준특허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특허괴물이 보유하고 있는 표준특허는 70%이상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거든요. 결국 표준특허에 대해서도 미행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의 대상이 되는 셈이죠.
 
앵커: 바로 그 '특허괴물'의 폐해와 관련해서 국내 전기전자, IT업계의 우려가 큽니다. 말씀하셨듯이 오바마 대통령도 이같은 특허괴물들에 대해 일정부분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정우성 변리사: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수출산업이며, 세계최대시장인 미국에서의 경쟁력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특허는 리스크죠. IT 분야에서는 특허괴물이 특히 많이 발호하고, 이들은 우리나라 기업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엘지전자 같은 회사도 소송을 많이 당해오고 있는 실정이고요. 오바마 행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는 장기적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기업에게도 이롭습니다.
 
앵커: 오바마 정부의 특허 제도 개혁이 우리기업에게 결과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고 보시는건가요?
 
정우성 변리사: 표준특허에 대한 미국정부의 입장은 국적을 불문하고 글로벌 산업에 도움을 줍니다. 결국 건전하게 경쟁하자는 것이거든요.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은 수출시장으로서 미국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남의 나라에서 특허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기는 어렵습니다. 대개 방어적인 입장으로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전략을 짜게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표준특허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은 한국 기업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적의 특허괴물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사”가 미국시장에 진출한다는 점도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최근 IT업계에서 벌어지는 특허 소송 사례를 보면 과거와 확연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업과 하드웨어 기업 간 특허에 대한 인식 차이뿐만 아니라 전략도 상당 부분 달라지는 느낌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우성 변리사: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기업 사이에서는 대개 소송을 하다가 협상을 하고 서로 크로스 라이선스, 그러니까 상호 특허사용을 합의하여 소송을 끝내 왔습니다. 퇴로 없는 싸움을 벌이면서 서로 파국이 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죠. 이런 뻔한 결말 때문에, 첫째 많은 특허를 확보하기, 둘째 초기에 과감하게 밀어붙이기, 셋째 적절한 시점에 협상하여 합법적인 카르텔을 만들기 등의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매우 “하드”했던 것이죠.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소프트”한 경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애플만 놓고 보자면, 상대방의 퇴로를 열어 놓고 유리함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죠. 크로스 라이선스는 필수적인 게 아닙니다.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정우성 변리사님의 도움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허전쟁과 그 변화 양상을 좀 더 쉽게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달라진 특허제도 환경에서 국내 기술 기업들이 취해야할 바람직한 특허전략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죠.
 
정우성 변리사: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수출산업에서는 어차피 특허는 리스크입니다. 그러나 리스크가 있다고 해서 경쟁과 발전을 회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미국시장에서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으며 장차 국제적인 추세가 될 것입니다. 리스크는 곧 비용입니다. 그러므로 수출기업은 장차 발생할지도 모를 특허분쟁에 대비하여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유보금을 확보해 두는 것이 가장 좋은 특허전략이 되겠습니다. 돈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당연히 좋은 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이지요. 이런 경우에는 돈을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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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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