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잃은 SK, 내년 경영방침 '안정'..투자도 '보수' 기조

'2013년 정례 CEO 세미나' 개최..해외사업 차질 불가피

입력 : 2013-10-22 오후 5:00:00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사상 초유의 위기에 봉착한 SK그룹이 내년 경영 방침을 ‘안정’으로 설정했다. 신규사업 진출 등이 전면 보류된 상황에서 현상유지에 힘을 쓰겠다는 얘기다.
 
또 투자 계획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을 것으로 전해졌다. '안정'과 함께 '지속성장'을 내걸었지만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음을 SK그룹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SK그룹은 22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에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구자영 SK이노베이션(096770) 부회장, 하성민 SK텔레콤(017670) 사장, 정철길 SK C&C(034730) 사장 등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2013년 정례 CEO 세미나’를 열었다.
 
최 회장 부재로 열린 첫 CEO 세미나라는 점에서 그룹 안팎으로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이 주도하던 글로벌 신규사업이 당분간 추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중압감 탓에 이날 세미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복수의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경영진들은 내년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해 위기 속에서 성장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그룹 운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을 강력히 실천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SK그룹 계열사 경영진들은 지난 8월부터 두 차례 주요 의제를 논의한 뒤 ‘위기 속 안정과 성장 추진’을 내년 경영 방침으로 확정했다. 특히 최 회장의 공백으로 글로벌 신규사업 중단 등 경영 차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지난해 새로운 도약의 밑그림을 그리는 한편 중동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해 영업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최 회장에 이어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까지 구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서 SK그룹의 글로벌 단위 일부 사업들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여기에 불투명한 글로벌 경영환경은 물론 대외 신인도 하락까지 이어지고 있어 SK로서는 창립 이래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게 중론. 실적에서도 새로 편입된 하이닉스만 선전할 뿐, 기존 양축이었던 텔레콤과 이노베이션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어 한숨이 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재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각 계열사별로 성장 목표를 수립·관리하는 자율책임 경영을 강화해 나가자는 게 이번 세미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그룹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투자와 전략수립 등에 대해서는 수펙스추구협의회와 각 위원회가 추가 논의를 거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는 22일 2013년 정례 CEO세미나를 개최하고, 내년 경영전략을 수립했다.(사진제공=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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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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