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강덕수 '벗고' 산은 '입다'

지주사와 연결고리 끊어지면서 강 회장 지배력 약화
산은, STX팬오션 최대주주 올라

입력 : 2013-10-23 오후 5:23:1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지배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산업은행을 위시한 채권단이 강덕수 회장과 지주사 STX와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끊어내면서 강 회장을 중심으로 편제됐던 그룹 지배구조가 산업은행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STX 남산 사옥(사진제공=STX)
채권단에 그룹 운명을 맡긴 STX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일각에서는 그룹 안팎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을 무리하게 내치는 등 앞서 다른 기업들의 전례에 견줘 유독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STX그룹 핵심 계열사로 손꼽히는 STX조선해양(067250)에서 시작돼 STX엔진(077970)STX중공업(071970) 등 자율협약체결을 통해 회생이 결정된 계열사를 포함해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팬오션(028670)과 지주사인 STX(011810)까지 확산되고 있다.
 
가장 먼저 강 회장과의 관계가 단절된 STX조선해양은 그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지주사인 STX가 갖고 있던 조선해양 보유지분을 무상감자하면서 소유권이 채권단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042660) 박동혁 부사장을 STX조선해양 신임대표에 내정했지만, 박 부사장이 임시주주총회를 이틀 앞두고 돌연 사퇴하면서 무산됐다. 결국 STX진해조선소장으로 있던 류정형 부사장이 대표자리에 앉게 되면서 그나마 정통성을 유지하게 됐다.
 
STX엔진의 경우, 당초 강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게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다른 계열사에 비해 부실이 적고 강 회장의 역할이 일부 필요하다는 점이 인정돼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은 지킬 수 있게 됐다.
 
STX중공업은 상황이 정반대다.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강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핵심인 STX조선해양에서 물러난 이상 나머지 계열사에서 손을 떼는 것은 시간문제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22일 박준수 STX중공업 사외이사가 중도 퇴임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박 사외이사는 산업은행에서 여·수신 부장을 지냈고, 2010년부터 STX중공업 사외이사를 맡아 왔다. 임기는 내년 3월25일까지로 아직 5개월가량 남아 있다.
 
앞서 STX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STX조선해양에서 강 회장이 물러날 때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현재까지 그룹 지주사인 STX를 비롯해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중공업, STX팬오션 등 STX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외이사 10여명이 줄줄이 사임했다. 이중 산업은행 출신이 절반을 넘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산은 출신 인사의 낙하산 논란에 대한 부담을 느낀 산은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앞서 미리 사퇴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STX팬오션은 최근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 8일부터 4차례(8, 11, 15, 16)에 걸쳐 STX가 농협에 담보로 제공한 STX팬오션 지분 3700만주(17.99%)를 처분하면서 14.99%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STX의 STX팬오션 지분율은 21.5%에서 3.6%로 줄었고, STX를 포함해 STX조선해양, STX엔진, 강덕수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도 12.2%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현재 강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STX는 채권단으로부터 조건부 정상화 방안을 제시받았다. STX가 연말까지 ▲개인투자자들의 만기연장, 일부 출자전환 등 정상화 작업 동참 ▲새로운 사업모델 제시 등 조건을 충족시키면 정밀실사를 통해 자율협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STX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STX와 관계를 하나둘 정리해 가면서 지분이익 등이 감소해 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이 마무리 될 무렵에는 지주사의 역할이 거의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STX가 자율협약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설령 성공하더라도 강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은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내 대부분의 주요 계열사에서 강 회장의 지배 구조가 해체되고 채권단, 특히 산업은행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STX그룹은 지금 강덕수 회장에서 벗어나 산업은행이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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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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