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책임자 사퇴 시급하지 않아"

라디오연설.."인기 연연않고 원칙 지킬 것"

입력 : 2009-02-09 오후 1:40:21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용산 사고'와 관련, "원인이 다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자를 사퇴시키느냐 마느냐는 시급한 일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8차 라디오연설에서 "이러한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이야 말로 대통령의 책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과거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책임자부터 물러나게 한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상황이 개선되기는 커녕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면서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해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 분명한 원칙이고 재개발 사업 전반에 걸쳐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 문제에 대해 좀더 시간을 갖고 신중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이 대통령은 "살다가 어렵고 복잡한 일을 만나면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눈 앞의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라는 말일 것"이라고 전한 뒤 "그런 의미에서 요즘 국정 수행 과정에서의 원칙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본과 원칙을 붙잡고 뚜벅뚜벅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이 당장 원칙을 적용할 대상으로 대북 관계와 용산 사고, 경제 위기를 구체적으로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대남 위협과 관련, "북한의 잇단 위협에 불안해 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남북관계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분명한 원칙"이라며 "정부는 언제라도 북한과 마주 앉아 모든 문제를 풀 준비가 돼 있으나 결코 무리하게 서두르지는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와 같이 북한의 눈치를 살피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하다가 끝이 잘못되는 것보다 시작은 조금 어렵더라도 제대로 출발해 결과를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서로를 존중하며 대등하게 대화하고 문제가 생긴 부분에 대해선 재발방지 대책을 확실하게 세우고 넘어가는 것이 남과 북 모두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제가 친기업이라는 말을 하니까 친재벌이나 반노동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것 같으나 굳이 설명하자면 친기업주의자이기 이전에 친시장주의자이고, 친시장주의자 이전에 친고용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면서 "친기업은 결국 일자리를 원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개인이나 국가가 성공하기 위해선 바른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일관성 있게 실천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민 여러분도 어렵더라도 원칙을 지키면서 우리 사회를 보다 발전시키는 데 이해와 협력을 다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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