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한진해운(117930)이 일단 급한 불은 끄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한항공이 긴급 자금 1500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키로 하면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운업황의 회복세가 더딘데다 금융권 마저 섣불리 지원에 나서지 못하면서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가 시장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에 15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한진해운홀딩스(000700)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을 1920만6146주를 담보로 잡았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이 지원한 자금으로 11월 1150억원, 12월 850억원 등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000억원의 기업어음(CP)을 상환할 계획이다.
앞서 한진해운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 6월 말 이후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매각, 컨테이너 운임 채권 유동화 등으로 1200억원 정도를 확보했지만, 여전히 유동성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기대했던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 마저 금융권의 보증 거부로 지연되고 있다. 보통 영구채는 사실상 만기가 없어 자본금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자금을 차입할 때 좋은 수단이 된다.
하지만 영구채 지급보증을 요청한 시중은행들은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이 높고 해운업황 침체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보증을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 실적 회복의 핵심으로 꼽히는 컨테이너 운임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실적개선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1일 기준 상하이발 컨테이너선 운임 지수(SCFI)는 881.74포인트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컨테이너운임지수(HRCI)도 504포인트를 기록하며 3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핵심축인 유럽과 미주 노선 운임이 약세를 보이면서 10주째 운임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철광석, 석탄 등 수요가 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벌크선 운임지수(BDI)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한진해운은 내년 3월과 4월, 9월에 각각 1800억원, 600억원, 1500억원 등 39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여기에 올 상반기 기준 약 7조원에 달하는 순차입금 탓에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점도 유동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는 "대한한공의 긴급자금 지원으로 올해는 무사히 넘길 수 있게 됐지만 업황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며 "4분기는 컨테이너 운송 비수기이므로 내년 봄까지는 운임이 상승 추세로 전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