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전남 여수공장 인근에 산이 있는데, 산업단지로 지정이 안 돼 개발을 못 하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김병열 GS칼텍스 사장은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과 30대그룹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공장 부지가 포화 상태여서 설비 투자를 못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여수 공장부지 인근에 위치한 산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GS칼텍스가 산단 지정을 요청한 부지는 여수산단 적량지구 인근 민봉산 일대다. 국가산단 외곽에 위치한 이 산은 호리병 모양으로, GS칼텍스 부지 중심을 관통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선 공간 활용성이 그만큼 떨어지기 마련. 더구나 여수산단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공장부지 확보가 어려워진 점도 산단 지정을 요청한 또 다른 이유다.
여수시 관계자는 "최근 GS칼텍스 측에서 여수 공장 내 부지를 산업단지로 편입시켜 달라고 국토해양부에 건의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민봉산 일대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GS칼텍스는 이 지역이 산단으로 지정되면 탈황시설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황시설은 원유에 포함된 황을 제거해 고유황경유를 저유황경유로 만들거나 벙커C유를 탈황처리하는 시설이다. 최근 정유사들이 주력인 정유사업에서 수익성에 발목이 잡히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업 분야다.
GS칼텍스 역시 탈황시설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지난 14일 대구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는 탈황시설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민봉산이 여수부지 중심부로 파고드는 위치기 때문에 산단으로 지정될 경우 활용도가 커질 것"이라면서 "개발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다만 민봉산이 산단으로 지정될 경우 공장부지가 늘어나는 만큼 녹지가 확보돼야 하는데, 이 또한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녹지 축소를 두고 여수시와 환경단체 간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자칫 GS칼텍스로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수산단 내 입주업체 관계자는 "민봉산 일대를 산단에 추가할 경우 부지난에 시달리는 다른 입주기업들도 공장 내부 산에 대해 비슷한 요청을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근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녹지 축소로 인한 대기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 국토부의 승인이 날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사진=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