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평가 확 달라진다

입력 : 2009-02-10 오전 7:08:19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내 은행들이 단기 외형 확대 전략을 버리고 장기 건전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변신을 꾀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임직원과 영업점 성과 평가 때 펀드 등의 금융상품 판매 실적 평가 항목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대신 연체율이나 불완전판매 등을 주요 평가 잣대로 활용하기로 평가시스템을 개편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외형 확대에 급급하던 은행들의 과당 경쟁이 줄어들게 됐다. 불완전판매와 고객 불만이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임직원들은 성과금 지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전망이다.

◇ 은행 임원 "장기 책임경영 강화"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임원 평가체계를 종전의 단기 상품 판매 실적 중심에서 장기 건전성과 수익성 향상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은행들은 경영진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임원의 임기를 현 1년 안팎에서 2~3년으로 연장하고 은행별로 유능한 은행장과 임원풀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임원들 대상의 경영진 또는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도 도입키로 했다.

또 세부적으로는 임원 평가 때 자산 건전성, 리스크관리, 경비절감 등의 항목 비중을 높이고 실물부문에 대한 지원 확대와 고객 만족도 부분에 대한 평가도 강화하기로 했다.

예컨대 부실 자산이 급증하거나 연체율이 높아지면 해당 임원의 평가 점수가 대폭 낮아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금융상품 판매에 따른 고객 불만이 고조되더라도 해당 임원의 성과평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아울러 은행들은 임원들이 일한 만큼 성과급을 받아가도록 임원의 성과평가위원회(보상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거나 새로 신설키로 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임원들의 평가 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그간 임원들에 대해 단기 외형 확대 실적 위주로만 평가하다 보니 임원들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외면해 과당 경쟁, 불완전판매, 건전성 하락 등의 부작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임원들이 너무 조급하게 성과 위주로만 일을 해오다 보니 과당경쟁 등의 부작용이 많았다"며 "평가 기간을 길게 설정하면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 영업점 평가도 건전성 위주로

은행들은 또 올해부터 수익성과 건전성 향상을 영업점 성과지표(KPI)에도 반영키로 했다. 예컨대 펀드 판매 실적 등의 외형 중심의 과목별 성과지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수익성과 건전성 평가 항목을 늘리고 불완전판매 건수나 민원 발생 건수 등을 평가에 반영토록 하는 것이다.

이는 은행들이 과당 경쟁으로 인한 불완전 판매를 줄이고 수익성과 건전성을 향상시키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 등은 올해부터 영업점 평가 항목 중에서 방카슈랑스, 펀드 판매 실적 항목을 과감하게 폐지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그간 개별 지표로 운영해오던 방카슈랑스 등의 판매 실적을 다른 지표들과 통합해 운용하기로 했으며 신한은행은 고객 민원관련 사항과 예대비율을 지표로 만들어 배점에 반영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 성과평가(KPI) 항목 중 펀드와 신용카드 등 항목을 폐지하는 대신 건전성 부문의 충당금 적립 항목인 대손비용율을 새로 도입해 50점을 부여했다. 연체 여신을 신속하게 정리하지 않은 채 장기 보유하는 지점에는 벌점도 부과토록 했다.

하나은행도 펀드, 대출 등 외형 확대 항목의 평가 비중을 줄이는 대신 연체율, 고정이하 여신 등 건전성에 대한 평가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의 측정 지표에 대해서는 목표를 주지 않기로 했다.

◇ '2금융권' 인사평가도 달라진다

이같은 변화는 증권 등의 제 2금융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조만간 연구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이르면 4월 중 증권사들의 임직원 성과평가를 위한 모범규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단기 실적평가를 중장기 성과평가로 개편하고 양적평가 중심에서 수익성과 위험관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골자이다.

협회 관계자는 "미국 월가의 실패는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며 "단기 업적주의에 치중하고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분위기에서 시장의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성과가 회사의 중장기 이익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도 증권사 임직원 성과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증시 호황과 신설 증권사의 등장으로 영업파트와 리서치센터, 운용부서를 중심으로 수억 원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의 넘쳐났다.

그러나 무리한 펀드판매와 주식영업으로 단기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아가는 실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연봉 거품은 빠지는 분위기다.

다만 앞으로도 증권사 특성상 영업력이 뛰어난 직원은 수억 원대 연봉을 챙기고 그렇지 못한 직원은 적은 보수를 받아가는 성과급제도의 기본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권은 연공서열식 연봉제를 유지하되 성과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점으로 인력을 전진 배치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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