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최근 여성과 어린이가 소비의 주축으로 자리한 가운데 꼭 필요한 곳에만 지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치유받고 싶은 마음과 체험에 대한 열망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최근 소비패턴 변화와 기업의 대응 연구' 보고서를 통해 "불황 장기화와 인구구조 및 사회문화의 변화 등으로 소비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 같은 소비 신조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다시 어려워진 가운데, 가계부채·노후와 고용불안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충동 구매나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나 유행과 스타일 등이 소비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
아울러 "내년 전세계 여성의 가처분소득은 중국·인도 두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능가하는 18조달러에 이를 전망"이라며 "최근에는 패션·생활뿐 아니라 남성 영역이었던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의 구매결정까지 여성이 주도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여성들이 소비를 할 때 구매 결정권을 가장 많이 갖는 것은 가구로 94%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여행(92%), 자동차(80%), 전자(61%) 순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테크파탈'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할 정도로 여성이 소비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테크파탈은 주로 1980년 이후 태어난 여성소비자로, 첨단제품을 적극 구매하고 구매후기를 남겨 제품 평판까지 좌우하는 이들을 말한다.
따라서 첨단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과 색상, 브랜드스토리, 접객서비스 등 여성을 위한 감성적 요소의 보강작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힐링' 열풍도 거세다. 상의는 "힐링상품이 명상·요가·스파 등에서 벗어나 식품·화장품·가구·패션·의료 등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힐링관련 상표출원이 2008년 26건에서 2011년 72건, 지난해 1~7월 86건으로 급증했는가 하면 유명백화점을 중심으로 힐링푸드관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추세.
하지만 보고서는 "힐링마케팅에 소비자 불신과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개인별로 다른 소비자 내면 문제의 원인과 양상을 세분화해 실질적 힐링에 도움되는 상품을 기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핵가족화와 사회적 경쟁 심화 등으로 고독과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위로형 소비도 늘고 있다. 국내 애완동물 관련시장은 매년 두자리수 이상 성장률을 구가해 지난해 약 9000억원에 이르렀으며, 오는 2020년까지 5배 이상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어린이들도 소비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보고서는 "X세대는 돈이나 사회적 명예 못지않게 건강하고 여유있는 삶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지출을 투자로 인식한다"며 "키즈만의 독특한 니즈를 찾아내고 맞춤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일과 삶의 균형 추구, 불황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 등으로 금융위기 이후 여가 관련 지출이 상승세"라며 "색다른 체험 활동을 통해 자기개발을 추구하는 교육관광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일본과 미국학생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홈스테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지방대학과 연계해 현지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거주하며 배우는 여행상품이 각광 받고 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품질·스토리·이미지뿐 아니라 소비맥락과 고객이 처한 상황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고객관계관리(CRM)에서 벗어나 고객이 주도하는 관계 형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