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앵커: 안녕하십니까. 토마토 인터뷰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제약협회 이재국 상무님을 모시고 최근 제약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시장형실거래가 재시행과 관련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정부는 내년 1월 유예기간이 끝나는 대로 제도를 재시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제약협회는 국민 편익과 산업발전에 역행하는 제도라며 폐지를 주장하면서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형실거래가 제도 재시행을 놓고 정부와 제약사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먼저 논점부터 짚어주시죠.
이재국 상무: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이 제약사나 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을 보험약가보다 싸게 구매하면 차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로도 불립니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표방하며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16개월동안 이 제도를 시행했지만, 2012년 일괄약가 시행을 앞두고 제약산업의 이중 피해 등을 고려해 2012년 2월부터 내년 1월까지 2년간 시행을 유예하고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시행 당시 여러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바 있는 이 제도를 복지부가 내년 2월부터 재시행을 검토중이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시장형실거래가 재시행과 관련한 협회 입장과 정부 측 방안의 문제점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죠.
이재국 상무: 제약협회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행 당시 효과가 미미할뿐더러 문제점이 워낙 많았기 때문입니다. 평균 수백원짜리 약인데도 병원과 보건소 등 요양기관에 단돈 1원에 파는, 환자들과 일반인들로선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저가낙찰이 47.5%나 급증했습니다.
싸게 구입한 만큼 정부 돈으로 요양기관에 2000억원대의 인센티브를 주었는데 대부분 종합병원 몫이었습니다. '리베이트 쌍벌제'와 결과적으로 배치되면서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합법화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제도를 도입하며 매년 5%의 약가인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실제로는 1% 안팎의 저조한 실적에 그쳤습니다. 모두 시장형 실거래가제 시행 당시 빚어진 일입니다.
즉 정부가 기대하는 건강보험재정 절감효과는 미미할 뿐만 아니라 또 한 번의 약가인하는 제약업계의 존폐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제약협회뿐 아니라 의사협회, 약사회, 도매협회, 시민단체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제도를 폐지할 명분이 없다면서 여전히 일부 수정보완후 재시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명분이 아니라 상식의 눈으로,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필수 기간산업을 살리기 위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랍니다.
앵커: 현재 제약협회는 이 제도 재시행과 관련해 제약사 CEO들을 상대로 폐지촉구 서명에 돌입한 상황이고, 이번주 내로 복지부에 제출할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상황에 대해 알려주시죠.
이재국 상무: 지난 6일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관련 토론회가 열린 직후 제약업계 CEO들이 업계의 절박한 상황 인식을 강력하게 표출하기 위해 시장형실거래가제 폐지촉구 서명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제약협회 회원사 200곳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고 있는데 대부분의 회원사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초 서명절차를 마무리한 후 폐지 건의서와 함께 CEO 서명 결과를 복지부에 전달하고, 다시 한 번 더 저희들의 뜻을 분명하게 전달할 계획입니다.
내일 오후 예정돼 있는 혁신형 제약기업협의회와 복지부 이영찬 차관 등과의 간담회에서도 41개 참여 제약기업 대표이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같은 뜻이 전달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화제를 바꿔 보겠습지다. 100년이 넘는 제약사를 감안하면 산업의 발전 속도가 너무 더디다. 규제산업으로 묶인 탓에 정책적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재국 상무: 흔히 제약산업엔 '제약'이 참 많다, 그래서 또 다른 의미의 제약산업이라고 자조섞인 얘기를 합니다. 1897년 한국 최초의 제약회사인 동화약방이 설립된 이후 한국 제약산업 역사는 116년에 달합니다.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업계 1위인 동아제약이 삼성전자나 LG전자와 매출규모 등에서 엇비슷했지만 지금은 구멍가게 수준입니다. 매출 1조를 넘는 회사가 없습니다.
산업으로 인정해서 육성 지원하기보다 끊임없는 약가인하 조치 등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R&D 개발과 글로벌 도전을 위한 역량과 재원을 축적하는게 여의치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앵커: 한국 제약산업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분석한다면, 미국이나 유럽 등 제약 선진국 대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까
이재국 상무: 세계 의약품시장이 2011년말 기준으로 1040조 규모에 달합니다. 자동차 660조, 반도체 400조 시장을 합친 것보다도 더 큰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서 우리는 겨우 2%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며 세계 제약시장에서 13위권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글로벌 50대 제약사 한 곳도 없고, 연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글로벌 신약도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 제약산업 위치는 이렇게 미미하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포기할 일도 아닙니다. 한국은 이미 2003년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얻으면서 세계 10대 신약 개발국으로 공인받았습니다.
현재 동아ST의 수퍼항생제 등 여러 종의 신약 후보 물질이 세계시장 진출의 가장 높은 문턱인 FDA의 신약 허가 승인 단계에 진입해 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2020년까지 2개의 글로벌 50대 제약사, 3개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10개를 만들겠다고 비전을 세운 것도 한국 제약산업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미래성장 동력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전 산업계에서 갑을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갑질 관행에 대한 을의 고통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제약사들로서는 정부, 의사, 약사들과의 관계로, '을도 아닌 병이나 정'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입니다. 현장에서 체험한 갑을 관행은 어떠합니까.
이재국 상무: 지난주 시장형 실거래가제 관련 토론회에서 한 패널이 ‘시장형 실거래가제 재시행은 칼자루를 쥔 슈퍼갑에게 권총 한자루를 더 쥐어주려는 것’이라는 비유를 들어 성토했습니다.
협회에 있기 때문에 ‘현장’의 분위기를 좀 더 리얼하게 말씀드릴 위치가 아닌지는 모르지만 오랜기간 정부의 약값 후려치기에도 제대로 큰 목소리 한 번 못내고 있습니다. 처방권을 쥔 의사와 조제권을 쥐고 있는 약사의 선택이나 의견 표명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분위기가 하도 장기간 계속되다 보니 모두 주눅이 들어 있습니다.
큰 병원들이 약을 사들이고도 대금을 최장 1년6개월이상 주지 않고 미루는데도 항변 한번 제대로 못하는 현실입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않는 1원낙찰이 줄기는커녕 증가한 사실도 고착화된 갑을관계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앵커: 물론 제약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특히 리베이트를 놓고 영업 관행으로 치부하기에는 폐해가 심하다는 지적입니다. 결과적으로 신약 개발보다는 일반의약품에 의존하게 됐고, 이는 또 다시 리베이트를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이재국 상무: 제약산업계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글로벌 신약의 1년 매출이 10조원을 넘는 데서 보듯 신약개발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의 폭발적 성장 기회를 거머쥘 수 있지만 제품 효능은 물론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담보하지 않고는 세계시장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입니다.
제약업계가 R&D 노력 못지않게 과거에 드리웠던 리베이트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점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아침에 과거의 잘못된 영업행태가 다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리베이트 근절, 투명한 유통환경 구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앵커: 끝으로 제약협회의 향후 역할과 계획 등에 대해서도 밝혀 주십시오.
이재국 상무: 제약협회는 앞으로 오로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약주권의 보루로서, 또 고부가가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또 최고의 연구·개발(R&D) 투자산업인 제약산업이 지닌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 제약산업이 세계에 한국과 한국인의 무한능력을 알린 싸이와 소녀시대, 김연아처럼 ‘글로벌 세계 제약시장의 K-팜 시대’를 국민과 함께 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혁신과 변화를 계속하겠습니다.
제약산업이 이처럼 국민건강 지킴이 역할을 다하고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국민들이 도와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지원 다짐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약가정책 등으로 이어지길 믿으며, 뒷다리 잡힐 걱정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