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12일 법정에서 "단언컨대 내란을 의도한 바 없다"며 내란음모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이 의원의 발언에 일부 방청객이 소란을 피워 2명이 퇴정 조치 당하고, 3명이 감치 재판에 회부됐다.
이 의원은 12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진행된 첫공판에 검은색 정장과 흰색 셔츠, 노타이 차림으로 출석해 "북의 공작원을 만난 적도, 지령을 받은 적도 없다"며 "실사구시로 현실에서 지혜를 찾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12일 합정동 마리스타 강연 내용에 대해 "대전환기를 맞아 진보정당이 무엇을 할지 깊이있게 토론하고 준비하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땅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림자를 감지하고 있었다. 미국이 북을 공격하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가에 대한 우려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사회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에서 위기는 전환적 시기의 특징"이라며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로 갈 수 있는 하나의 체제로 갈 수 있다는 게 저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역사는 후퇴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를 경험한 민중이 독재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역사는 정의의 편이고 정의는 민중에 의해 실현되기 때문이다"고 말을 맺었다.
이날 법정에 변호인 자격으로 출석한 이정희 진보당 대표도 이 의원 등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피고인 7명에 대해 "공소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적용한 이 의원 등에게 적용한 내란음모와 내란선동 혐의가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실체는 있지도 않고, 따라서 북한과 연계성도 없으며, 5월12일 강연은 진보당원들이 전쟁반대 투쟁을 호소하고 평화를 얘기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당시의 강연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왜곡해서 풀어내 내란음모 혐의 등을 적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준비정도와 상관없이'란 발언이 '정규전과 상관없이'로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는 '전쟁을 준비하자'로 왜곡됐다"며 "혁명의 결정적 시기라고 주장하는 시기에 피고인들은 백두산 여행까지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공소장일본주의를 거론하며 "공소장에 RO의 강령 등이 매우 자세하게 기재돼 있는 등 법관의 예단을 심기 충분한 상황"이라며 공소기각을 재차 주장했다.
혁명동지가에 대해서도 "일제치하의 독립군 취지를 기린 것으로 대학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불러온 것"이라고 했다.
적기가는 부른 사실도 없으며, 이 노래는 "영국의 축구클럽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주제가인 'The Red Flag'이고, 영국 노동당도 2011년 당 대회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 조봉암 선생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인혁당 사건에 씌워진 내란음모 혐의가 모두 무죄로 밝혀진 점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 공소제기는 "관권선거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이 의원 등은 대남혁명을 위한 비밀조직 RO의 총책 및 간부로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가했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을 유지했다.
검찰은 "국회의원과 사회단체의 간부들인 피고인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권한을 만끽하며 헌법을 부정하려 했다"며 공소사실 모두에 대해 유죄를 주장했다.
한편 이 의원이 의견을 진술한 15분 남짓되는 시간 동안 방척객 3명이 "사형해라", "이석기 살리면 나라 망한다"는 등의 발언을 해 감치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의 발언 중에도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박탈해버려라"는 등 법정소란이 벌어져 방청객 2명이 퇴정조치됐다.
이에 재판부는 "옛사람은 소송을 들을 '청(聽)'자를 써서 '청송'(聽訟)이라고 했다"며 "듣기 거북하면 안들으면 되는 것이다.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고 고함을 지르른 행위가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겠나"며 엄중히 경고했다.
앞으로 이 사건 방청권의 배부 방식도 기존 선착순 배부에서 추첨제로 바뀐다. 이날 방청권을 받기 위해 일부 단체 회원들은 9일부터 법원 안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의 내란음모 사건 첫공판이 진행된 12일 선착순으로 주어지는 방청권을 받기 위해 일부 단체 회원들이 줄을 서 있다. 수원지법은 방청권 확보전이 과열되자 다음 공판부터는 방청권 배부 방식을 추첨으로 바꾸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