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제약사 3분기 '양호'..약가인하 '꾀병' 들통

10대 제약사 영업익, 녹십자 빼고 일제히 상승
유한 vs. 녹십자 1위 경쟁 ‘치열’..동아ST 분할 후 5위

입력 : 2013-11-15 오후 2:33:57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약가인하에 따른 제약계의 주장이 결국 ‘꾀병’으로 드러났다. 3분기 전 산업에 걸쳐 어려움이 가중된 가운데 제약계만이 고른 성적을 내놨다.
 
제약계로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당장 개선된 실적에 기뻐하기 보다 시장형실거래가제 재시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됐다. 반론 근거가 약해지면서 정부의 주도권은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15일 전자공시 기준으로 매출 대비 상위 10대 제약사의 올 3분기 누계 매출과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일괄 약가인하 직후 반토막 났던 영업이익이 1년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유한양행(000100)녹십자(006280)가 매출 기준 시장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동아ST는 분할 이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녹십자만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주춤했고, 나머지 9곳은 일제히 급상승을 보였다.  
먼저 3분기까지 누계 영업이익 부문을 보면, 녹십자(-8.7%)를 뺀 상위 제약사 9곳 모두 일제히 급증했다.
 
종근당이 15%로 영업익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대웅제약, 일동제약, 보령제약이 모두 100%가 넘는 성장을 보인 가운데 심지어 LG생명과학은 무려 1676% 영업익이 급증했다. 유한양행은 59%, 한미약품은 51%, 중외제약은 73%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의 경우 도입제품인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와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를 비롯해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등에, 한미약품(128940)은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 등 주요처방의약품의 고른 성장이 바탕이 됐다.
 
대웅제약(069620)은 고혈압치료제 ‘세비카’,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등 도입품목의 매출 증가와 ‘나보타’의 기술 수출료 유입(약 40억원) 덕택에 웃을 수 있었다.  
 
반면 매출 기준 시장 2위인 녹십자는 3분기 누계 영업이익 73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803억원)에 비해 8.7% 감소했다. 녹십자는 일시적 현상으로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전 사업 분야에서 점진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혈액제제플랜트 태국 수출과 주력품목인 독감백신의 국내외 실적이 반영되고, 백신제제와 혈액제제의 수출이 늘고 있다”며 “올해 역시 지속적인 질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을 보면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동아ST 순으로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종근당(001630), JW중외제약(001060), LG생명과학(068870), 일동제약(000230), 보령제약(003850) 등도 변함없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명가로서의 체면을 구기지 않았다.
 
유한양행과 녹십자는 매출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3분기까지 누계 매출에서 유한양행은 6734억원, 녹십자는 6457억원을 기록, 불과 277억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한양행과 녹십자가 올해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할지도 주목된다.
 
당초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동아제약이 1조 매출 달성이 유력했지만, 지난 4월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른 분할로 사실상 힘들게 됐다. 동아ST는 분할 이후 3분기까지 4444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괄 약가인하에 휩싸였던 지난해 영업이익과 비교해 보면 분명 실적 개선이 있었던 건 맞다. 전체적으로 20%대 상승한 것 같다”며 “하지만 이는 수치상의 성과일 뿐, 수익률을 따져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에도 웃지 못하는 제약계의 현실이 여실히 표정에서 드러났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조필현 기자
조필현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