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체온계 `관세` 안걷힌다..세수부족 고착화 우려

FTA효과· 원화강세· 내수위축..3중고

입력 : 2013-11-15 오후 6:21:19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관세가 걷히지 않고 있다. 내국세인 법인세나 소득세도 그렇지만 관세는 특히 경기에 민감한 세금이다.
 
수입물품에 부과되기 때문에 수입이 늘어야만 세금이 더 걷히는데, 수입은 소비, 국내 내수와 직결돼 있다.
 
특히 환율에도 민감해서 세계경제 상황과도 연동된다. 그런 관세가 걷히지 않으면서 세수부족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늘어나는 가계부채 등의 영향으로 내수까지 위축되어 수입비중이 크게 줄고 있다.
 
여기에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세수의 기본이 되는 관세율까지 낮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원화강세에 따라 예산대비 관세수입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 수입이 줄고 있다
 
소비가 얼어붙어 있다는 점은 세수에 치명적이다. 소비가 살아나야 제품을 생산한 법인들의 법인세도 늘고, 소비에 부가되는 부가가치세수도 늘어난다. 특히 직접 소비제품이 되거나 제품생산의 원료가 되는 수입물품의 양이 줄면 관세와 수입부가가치세도 감소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실질소비지출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소비가 되지 않고 있으니 수입도 줄 수밖에 없다.
 
무역수지가 올 상반기 20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은 수출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수입이 늘기는 커녕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관세청의 수출입동향 확정치를 보면 올 상반기 수입은 2566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2641억달러보다 2.8%가 감소했다.
 
이러한 수입하락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되는 추세다.
 
◇최근 수출입증가율 변화(자료=관세청)
 
수입증가율은 2009년에 -25.8%로 크게 악화된 이후 2010년 31.6%, 2011년 23.3%로 회복세를 보였다가 2012년 -0.9%, 2013년 상반기 -2.8%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원자재의 수입은 올해 들어서도 2월-9.2%를 시작으로 7월(1.5%) 한달간을 제외하고는 10월까지 매달 전년동월대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제품에는 관세 외에도 수입부가가치세가 붙는데, 수입이 줄면 관세 외에 이 수입부가가치세수도 줄어든다. 수입부가가치세는 전체 관세청 소관세입예산의 85% 수준을 차지한다.
 
(자료=관세청)
 
◇당분간 고환율 지속..세수도 계속 준다
 
원화가치의 상승은 전체적인 세수입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수입과 관련된 관세와 수입부가가치세 세수에 특히 부정적이다.
 
정부는 원달러(미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약 1400억원의 세수입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는 달러화로 수입한 것을 원화로 환산해서 추징하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올라갈수록 세수에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달러 어치를 수입한 회사에 관세 등을 부과할 때 과세표준은 원달러 환율이 1달러 당 1500원일때에는 15만원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1달러 당 1000원일 경우에는 1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수입업체는 이득을 보겠지만, 과세당국으로서는 세수입이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원화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경제지표가 살아나면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연말까지도 1050원~1070원 사이를 맴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이 내년 환율을 1000원대로 보고 있고,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1000원대 초반에서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늘어가는 FTA..관세율은 계속 내려간다
 
관세를 계산하는 기본 베이스가 되는 관세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인 세수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당초 정부는 FTA체결을 하게 되면 관세율은 인하하게 되지만,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세수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FTA체결 직후 초기에는 '박리다매'효과로 세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교역 자체가 무관세교역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관세를 통한 세수확보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전문가들도 FTA체결 후에는 관세보다는 비관세장벽이 더 중요해 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우리나라 관세청도 무역통관부분은 시스템화해서 자동화로 진행하고 마약이나 짝퉁, 사회안전위해물품에 대한 역량을 늘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실제로 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관세징수액을 수입액으로 나눈 실효관세율은 지난해 역대 최저수준인 1.66%로 전년도보다는 0.22%포인트 떨어졌고, 예산보다는 0.18%포인트나 부족했다.
 
최근 10여년간 FTA가 동시다발적으로 체결되면서 우리와 FTA를 체결하고 관세장벽을 낮추고 있는 국가는 46개국으로 늘었고, FTA체결국과의 교역비중은 현재 전체 교역량의 35%에서 2017년에는 7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2011년에는 거대 교역대상인 EU와 2012년에는 미국과 FTA가 발효됐다.
 
덕분에 지난해 관세수입은 9조8157억원으로 전년 10조9901억원보다 1조1744억원이 줄었다. 1년간격으로 10.7%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FTA에 따른 실효관세율은 EU와는 2009년 5.55%에서 2010년 5.33%로, FTA가 발효된 2011년에는 3.96%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관세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위기극복이 지연되고 있고, 미국의 양적완화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원화강세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 추세화하고 있으며, FTA관세율 인하는 다년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해가 갈수록 관세가 더 낮아지게 돼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관세 세수가 어려운 것은 환율과 유럽경제 위기의 장기화 등의 영향 때문"이라면서 "당장 세수상황이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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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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