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참여 놓고 의견 분분.."실익 있지만 신중히 접근"

입력 : 2013-11-15 오후 4:11:42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내년중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 체결할 계획을 세우고 협상을 추진 중인 가운데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리나라의 TPP 참여시기와 협상속도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TPP 공청회'에서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정인교 경제학과 교수 등은 "TPP에 따른 실익은 있지만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농업 등 취약산업 분야에 대한 협상 대응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청회'가 열렸다.(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안충영 국제대학원 교수 등 대부분 참석자들은 TPP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첫 발표를 맡은 안 교수는 "초국경 현상이 심화되고 정부의 창조경제 공약을 구현하려면 TPP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캐나다와 호주 등 개별 국가와의 무역협정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때 TPP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전체 경제효과를 따졌을 때 TPP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2%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세가 낮은 일본과의 무역에서는 적자가 날 수 있지만 다른 TPP 참여국과의 교역에서는 이익되는 부분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역시 "세계 무역에서 중간재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의 중간재 비중은 67.6%로 중국과 일본보다 높다"며 "우리가 TPP에서 빠지면 일본 중심의 공급망이 구축되고 우리의 수출구조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TPP에 언제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렸다. 안충영 교수는 "언젠가 참여할 자유무역협정(FTA)이라면 TPP 창설 멤버로서 최초 논의 과정에서부터 우리의 입장을 주장하는 게 국익에 맞다"며 "시기를 놓치면 가입비용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최동규 산업부 FTA정책국장도 "국제 무역에서는 초기 참여국과 후발 참여국 간의 이해관계 반영도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가 TPP에 늦게 참여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TPP는 개방성에 따른 농업부문의 피해, 협상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불확실성, 양자협상보다 자국 입장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다자협상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TPP 참여에 따른 이득은 있겠지만 산업별 미시경제적 분석을 통해 취약산업 보호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홍렬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TPP를 간단하게 보면 개방과 관련된 문제지만 산업과 고용 측면에서 보면 양극화 우려가 있다"며 "경제적 효과만 분석하는데 그치지 말고 국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한 충분한 설득이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 역시 "이미 한-미 FTA가 체결됐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많은 나라가 FTA 맺었기 때문에 TPP 조기 참여에는 긍정과 부정적 요인이 섞였다"며 "TPP 참여 득실을 자세히 검토하고 참여 비용과 국내외 정치 변수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국제 외교관계를 고려해 TPP를 추진하자는 주장과 미국의 정치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가 원하는 만큼 TPP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충영 교수는 "우리나라가 동아시아허브 역할을 하려면 TPP에 가입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과 일본을 묶는 거대한 자유무역권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TPP로 일본을 견제하자는 입장을 편 김수동 연구위원과 박천일 통상실장은 "TPP를 통해 일본이 미국과 호주 등과 맺는 FTA 효과를 줄여야 한다"며 "우리는 TPP에 빠지고 일본만 참여할 경우 아-태 지역 공급망에서 우리가 배제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홍렬 교수는 미국 의회의 역할에 따라 TPP 추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제 통상과 관련 미국은 의회가 행정부에 협상권을 위임하는데 TPP 문제가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않았고 민주당 내에도 TPP 부정론과 유보론이 있다"며 "이런 동향을 보면 협상 진행과 타결에 시간이 걸릴 것이고 한-미 FTA 추진 사례를 보듯 미국 의회의 입김에 따라 협상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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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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