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의인터넷뒤집기)규제가 싫다면 정치에 참여해야

입력 : 2013-11-18 오전 8:33:09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인터넷업계가 사상 최대 규제이슈에 직면했습니다. 게임업체들은 “지나친 게임 과몰입 때문에 나라가 병들고 있다”는 중독 문제에, 포털업체들은 “몇몇 대형업체가 생태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독과점 문제에 휘말렸습니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가운데 대응을 살펴보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규제는 옳지 않다”는 당위적 주장만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이는 업계 종사자들이야 동조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법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업체들은 “규제는 정치의 영역이며, 대응도 정치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논리싸움과 타협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말이 전달되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 예로 게임 과몰입 문제를 두고 어떻게 규제가 만들어지고 현실화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학부모를 중심으로 게임에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이 강하게 그 폐해를 주장했고, 여기에 정부가 동조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게임규제 반대론자를 결집시키고 정치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안을 한 줄이라도 ‘만들고 바꿀 수 있는’ 정치인들과 협조해야 합니다.
 
하지만 복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게임업계는 정치인들과 끈을 갖거나 자신의 뜻을 대변해줄 협회를 지원하는 데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김택진 엔씨소프트(036570) 대표나 김정주 넥슨 회장과 같은 오피니언 리더 또한 “사업에 바쁘다”는 이유로 공개석상에 나서길 기피하고 있습니다.
 
포털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관계자는 “할당된 대관업무 예산이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며 “특히 우리와 첨예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통신사들과 비교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대관에 관심이 없던 포털회사들은 독과점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벤처업계와의 상생’이라는 명목으로 기금 출연 등 수백억원의 수업료를 물고 있습니다.
 
반면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을 보면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유수 인터넷기업들은 일찌감치 로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구글의 경우 지난해 대관에만 1820만달러(약 200억원)를 썼으며 트위터, 그루폰 등은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세금감면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인정받으며 여러 가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정치권과 만나는 일이 죄악시 됐습니다. 또 ‘로비’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뜻으로 불렸습니다. 부적절한 관계나 뇌물수수가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업계 입장을 대변하고 알리는 일은 꼭 필요합니다. 특히 스스로 하는 일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더욱 당당히 나서야 합니다.
 
국내 인터넷산업은 역사가 짧고, 창업자 상당수가 개발자라 그런지 외부와의 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크게 늘어난 지금 변화가 필요합니다.
 
◇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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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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