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세중기자] 국내 연구진이 풀러린 자석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존 금속자석 대신 조영제나 탄소 자기기록매체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풀러린 자석 개발연구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19일 밝혔다.
풀러린(fullerene)은 다이아몬드나 숯처럼 탄소만으로 이루어진 물질을 말한다. 탄소 60개가 모여 지름 10억분의 1 미터인 축구공 모양을 이룬 구조로 강한 항산화 반응을 보여 인체에 유독한 활성산소의 제거 등에 응용된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이철의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지에 지난 10월18일자에 게재됐다.
금속자석은 자성이 강하고 고온에서 안정적인 반면 유연성이 낮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유연한 고무자석은 열에 약해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유기물 자석을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특히 금속처럼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친환경적인 탄소자석이 주목받고 있다. 그간 항산화 활성을 갖는데다 소형화에 유리한 풀러린 자석이 가능한지에 대해 오랜 논쟁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상온에서 수소이온 다발인 양성자빔을 쬔 풀러린이 스핀(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의 자기모먼트) 1인 자석임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풀러린 자석의 고유한 특성인 스핀 값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미래부는 자성을 띠는 풀러린을 기존 금속자석처럼 조영제나 자기기록매체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풀러린이 자성을 띠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양성자빔을 쬐면 풀러린에 수소가 달라붙거나 탄소 하나가 떨어져 나갈 것으로 이론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소흡착으로는 스핀값 1이 나올 수 없어 연구팀은 탄소결함이 자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풀러린 자석의 분자형태에 대해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저비용 고효율의 풀러린 자석 제작방법도 연구주제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많은 과학자의 검증을 거쳐야 하고 풀러린 자석에 대한 새로운 논쟁의 시작이 될 수도 있지만 기존논쟁을 일부분 마무리하면서 풀러린 자석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분자구조(왼쪽부터 플러린 C60, 수소 흡착된 풀러린 C60H, 탄소 잃은 풀러린 C59). (자료제공=미래창조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