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의 무역적자 흐름이 16개월째 지속됐다.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며 무역 적자 규모를 키운 것이다.
이에 향후 무역적자 행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호전이 낙관적인 수출 전망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글렌 레빈 무디스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기 개선과 엔화 약세 덕분에 일본 주요 수출국에서의 판매가 늘고 있다"며 "이 중에서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日, 10월 무역적자 1979년 이래 '최대'..16개월째 적자 행진
20일 일본 재무성은 지난달 무역수지가 1조91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달의 9320억엔 적자와 사전 전망치 8140억엔 적자에 비해 저조한 결과로 지난 1979년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1979~1980년 이후 최장인 16개월 연속 무역적자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세부적으로는 수입이 수출보다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10월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6.1%나 늘어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직전월의 16.5%와 예상치 19% 증가 역시 모두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수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6% 개선돼 직전월의 11.5%와 사전 전망치 16.5% 증가를 모두 웃돌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이 1년 전에 비해 23.5%나 급증했지만 수출은 1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대미 수출과 수입은 각각 26.4%와 16.2% 증가했고,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27% 늘었다.
<일본 수출입 증가율 추이>
◇수입 눈덩이 증가..수출 증가세 못 따라가
일본 무역적자 규모가 또 다시 확대된 원인은 수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도 지난 7월부터 꾸준히 10%대의 증가율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3년만에 가장 가파른 수준을 보인 수입 증가세를 따라가진 못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입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대아시아 수입액이 3조3179억엔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나타내며 수출 규모를 초월한 것이다.
마루야마 요시마사 이토추 이코노미스트는 "수입 증가폭이 수출보다 커 무역적자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 항목 중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 에너지 수입이다. 일본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화석연료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연료 수요가 늘어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원유 수입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68%나 급증했다.
게다가 올해 엔저 기조도 가속화되면서 일본 정부의 에너지 수입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입 증가세에는 내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 부양책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 내 소비가 살아나며 오히려 수입 증가 및 무역적자 확대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노시오카 준코 RBS 이코노미스트는 "수입 지표는 국내 소비 증가를 반영하고 있다"며 "전자 제품을 위주로 한 내수 개선이 수입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내 반도체 등 전자제품의 수입규모는 1년 전에 비해 50.8%나 늘었다.
로이터통신도 "일본 내수 개선은 무역적자 지속이라는 또 다른 우려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무역적자 지속 전망..다만 해외 수요는 '꿈틀'
다만 수출이 해외 수요 증가 덕분에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추킨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민간 부문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고 유럽 경기도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며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 일본 수출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루야마 요시마사 역시 "3분기 일본 수출은 해외 경기 회복에 힘입어 모멘텀을 찾을 것"이라며 "특히, 중국과 미국 경기는 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달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21.1%나 늘었다.
특히, 중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은 센카쿠(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분쟁 타격을 회복하면서 3배 넘게 급증하기도 했다.
또 이달 초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자동차는 올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북미 지역 판매 전망을 종전의 261만대에서 263만대로 상향한 바 있다.
하지만 견고한 수출에도 불구하고 향후 무역적자 규모가 크게 축소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마모토 야스호 미즈호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적자 규모는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수입 비용 증가로 무역 적자 감소폭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 규모 격차가 확대되면서 향후 일본의 전반적인 경기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로 올 회계연도 2분기(7~9월)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1.9%로 직전분기의 3.8%에서 둔화됐다.
또 일본 민간 연구소 10곳이 예상한 올 회계연도 전체 GDP 성장률은 2.7%다. 이는 내각부가 지난 8월 제시한 2.8% 증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