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막힌 돈줄 '숨통' 트인다

내년 유상증자, 회사채신속인수제 참여 등 자금조달안 검토

입력 : 2013-11-26 오후 3:17:1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한진해운(117930)의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실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영구채 발행이 급물살을 타고 있고, 한진해운이 내년 유상증자와 회사채신속인수제 등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금융권에서도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한항공(003490)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완료된 한진해운의 재무건전성 실사 결과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921만주(15.5%)를 담보로 한진해운에 긴급자금 1500억원을 지원하면서 한진해운의 기업가치 유지 및 성장 가능성, 상환능력 및 재무 건전성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실사를 벌여왔다.
 
이번에 대한항공의 실사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그간 영구채 지급보증에 반대했던 일부 채권 은행들도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무너질 경우 국내 수출산업 등에 여파가 큰 점을 감안해 최대한 회생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도 영구채 발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조만간 한진해운 영구채 지급보증 조건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월 중으로는 영구채 발행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영구채는 만기가 30년 이상 혹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이자만 지급하면 되는데다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돼 부채비율은 낮추고 자본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진해운이 발행하는 4억달러 규모 영구채는 산업은행과 농협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지급 보증을 서게 되는데, 은행 간 보증비율을 조정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진해운은 300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을 통해 일단 급한 불을 끄고 향후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해 브리지론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브리지론(Bridge Loan)은 장기 차입금을 빌리는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단기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대출이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지난달 긴급 지원한 1500억원에 이어 1000억원의 추가지원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점도 유동성 압박을 덜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다음달 850억원을 비롯해 내년 3월 1800억원, 6월 600억원, 9월 1500억원 등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39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한진해운의 계획대로 영구채 발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내년 3000억 규모의 유상증자와 회사채신속인수제 참여까지 확정될 경우 회사채 등 상환은 물론 운영자금 확보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3분기 기준 1000%가 넘는 부채비율도 큰 폭으로 떨어져 차후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다만 유상증자에 대한항공이 참여할 경우 한진해운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독립경영체제가 무너질 수 있어 고민이 깊다.  
 
상반기 보고서 기준 한진해운의 최대주주는 한진해운홀딩스로, 36.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대한항공으로 16.71%를 보유 중이지만, 최은영 회장과 두 딸인 조유경, 조유홍, 재단법인 양현, 자사주 등 최은영 회장 쪽이 보유한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더할 경우 총 30.51%로 실질적인 최대주주다.
 
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대한항공, 한진, 한국공항 등 조양호 회장 쪽 보유 지분(27.45%)보다 3.06%포인트 높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921만주(15.5%)를 담보로 15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받은 데 이어 3000억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한항공이 참여할 경우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지분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한진해운의 독립경영체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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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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