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앞둔 현대제철, 연이은 인명사고에 '안절부절'

입력 : 2013-11-27 오후 4:20:02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건 신형 제네시스가 발표회를 갖던 26일 공교롭게도 같은 그룹 계열사인 충남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에서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가스질식으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 꼭 6개월 만에 다시 대형사고다. 연이어 터진 안전사고에 연말 인사를 앞두고 해당 임원들은 ‘전전긍긍’ 어수선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내 그린파워발전소에서 독성가스가 누출돼 근로자 9명이 당진종합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근로자 1명이 결국 숨지고, 3명은 중상, 나머지 5명은 경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현대그린파워는 현대제철과 중부발전이 각각 29%의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현대제철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회사다.
 
이날 사고는 배관 보강을 위해 용접을 하는 과정에서 고로에서 발생한 부생가스의 일종인 고로가스(BFG)가 누출되면서 일어났다.
 
윤규한 현대그린파워 대표이사는 27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고로 소중한 생명이 희생돼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으며, 슬픔에 빠진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6일 가스누출로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남 당진 현대제철소 전경(사진=뉴스토마토)
 
현대제철 측은 이번 사고가 발생한 현대그린파워와 전혀 연관이 없다며 선을 긋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제철 지분이 포함된 사실상의 관계법인으로 현대제철 공장 내에서 벌어진 인명사고라는 점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현대차그룹 내에서 이번 사고를 예의주시하며 곤혹스러움을 나타내고 있어 파장이 연말 인사에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안전관리의 경우 원·하청을 망라하고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게 노동부에서 정한 공시 의무다. 구체적으로 인공구조물 붕괴 위험, 안전난간 설치, 화재폭발 우려 장소 등 총 16개 특별 위험 작업에 대해 원·하청 구분 없이 안전보건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터진 사고로 현대제철 해당 임원들은 안절부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그간 벌어진 현대제철의 안전사고까지 한 데 묶여 사회적 비난에 처한 터라 이미 당혹감의 수준을 넘어섰다. 책임을 묻는 경질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그룹 일각의 강경 기류다.
 
지난 2010년 3월12일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취임한 우유철 사장은 당진제철소장을 겸하며, 원·하청을 망라하고 안전보건관리 총괄 책임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최봉철 안전환경본부장 부사장, 이해욱 안전관리실장 이사 역시 현대제철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전사고 예방 및 점검, 화재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임원들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지난 5월20일부터 6월27일까지 한 달 동안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 특별감독을 받은 바 있다. 현대제철 898건, 협력업체 156건, 건설업체 69건 등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총체적으로 안전관리에 대한 허술함이 드러난 순간이다.
 
허서혁 노동부 산업안전과 사무관은 “지난 6월 현대제철 사고와 관련, 노동부 천안지청에서 현대제철에 안전진단 명령을 내렸고 현대제철은 자비를 들여 안전보건개선계획서를 마련해 천안지청에 제출했다”면서 “현재 천안지청이 안전보건개선계획서 적정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 사고의 경우 관리법에 원·하청 관계가 성립이 되는데, 이번 그린파워는 병렬적 관계로, 도덕적 비난은 받겠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어쨌든 단시간 내에 생산설비 등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와 함께 선제적인 안전관리시스템 및 조직 강화가 병행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현대제철과는 무관한 현대그린파워에서 일어났다"며 "지난 5월 사고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지만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현대제철이 책임질 부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개별회사인 만큼 책임을 떠안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영택 기자
김영택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