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정부가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 규제개선 등을 통해 업권의 파이를 늘리고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겠다는 금융업의 청사진을 내놨지만 시장은 냉담하다.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금융비전)'은 현재 6% 수준에서 정체된 금융업 부가가치 비중을 향후 10년간 10%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금융권의 M&A를 촉진하고, 금융권 인허가 규제를 단순하게 개편해 쉽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업의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업이 질적 내실화와 기존 시장 여업행태에서 완전히 탈피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의 비전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금융업계는 '금융도 산업이다'는 정부의 인식이 어느정도 담겼다고 평가하면서도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장미빛 미래를 기대할 만큼의 규제완화는 아니라고 냉정하게 받아들였다. 정작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원천적인 요인은 언급하지도 않고 슬쩍 피해갔다는 아픈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새수익원 발굴 차원에서 일부 규제를 손본 것일 뿐"이라며 "여론에 편승해 마구잡이식 금융권 때리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대안은 빠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위가 강조한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겠다는 포부는 만용일 뿐 글자 그대로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교수는 "금융산업은 제조업과 발전단계가 다르다"며 "금융업계는 리스크관리가 중요한만큼 어느정도의 금융당국 규제가 필요한 만큼 금융의 삼성전자는 나올 수 없고 나오길 기대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발상 자체에 대한 이질성을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0년 장기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이행 과제를 2~3년내에 이룰수 있는 주춧돌 과제를 제시했는데 향후 이행 과정에 대한 전략은 전혀 없다"며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발 앞선 대책을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도 "해외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내놓은 일부 대책들이 관련 부서와 협업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금융의 삼성전자는 제도적으로 안되는 것인줄 당국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익히 알고 있다는 듯 신 위원장은 "금융이 사고만 안나면 되지 무슨 비전이냐, 좀 있으면 흐지부지 될 것이다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 알고 있다"며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정치적인 구호도 장밋빛 미래에 대한 동경이 아닌 금융권 스스로의 절박감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경쟁력 강화 방안은 새로운 시장과 역할을 찾아나서는 금융회사들에게 무한한 기회를 주고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경쟁의 압력을 통해 움직이도록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금융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하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