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오너일가인 (맨위)조석래 회장, (왼쪽부터) 장남 조현준 사장, 차남 조현문 변호사, 삼남 조현상 부사장. (사진=효성)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효성(004800)그룹이 연이은 악재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대표이사인 이상운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데 이어 오너인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효성의 중공업 사업부 직원의시험성적서 위조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까지 받아 원전비리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게 생겼다.
2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지난 28일 12시간 조사후 귀가한 조현준 사장을 이날 오후 2시에 다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13일 검찰이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44) 전 효성중공업PG 사장을 소환한 이후 오너가로서는 두번째다. 앞서 지난 27일 검찰은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이상운 부회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조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을 확인하던 중 조 사장이 업무 외적 용도로 10억여원을 사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현준 사장이 효성그룹 해외법인 자금으로 주식 등에 투자했다가 800만달러 상당의 투자손실을 보고 회사 자금으로 이를 메웠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 사장이 주식투자 자금으로 사용한 해외법인 자금은 수천만달러로 추산되며 검찰은 횡령 외에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추적 중이다.
앞으로 검찰은 오너가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하고, 다음주에는 조석래 회장을 소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사법처리 수순이 막바지로 달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원전비리에도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상황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이날 오전 효성중공업 사무실로 수사관들을 보내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신고리 3·4호기에 장착되는 저압전동기를 공급하면서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 등 효성중공업 전 직원등 2명에 대한 증거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미 이 직원들은 구속된 상태다.
효성은 그룹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담당자들이 임의로 위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원전비리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너일가 검찰 소환과 함께 '업친데 덮친격'이 된 것.
이날 조석래 회장의 검찰 소환 임박 소식과 검찰의 원전비리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효성 그룹의 분위기는 의외로 담담했다. 다만 지난달 압수수색 당시에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담배를 피우던 직원들의 모습은 많이 줄었다.
또 담배를 피러 나온 직원들도 검찰 조사와 관련해서는 입을 닫고 굳은 표정들이었다. 효성의 한 직원은 "내부 분위기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며 등을 돌렸다.
효성 관계자는 "회장님의 소환은 시간 문제였을 뿐 언젠가는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위법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도 경영계획을 짜야 하는 상황에서 악재가 연달아 터져나와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효성의 앞날엔 가시밭길만 남아있다. 조석래 회장이 다음주 중으로 소환된 이후에는 검찰의 기소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구속영장까지 청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이 되면 조회장과 세아들 모두가 법원의 심판대에 오를지 모른다.
추운 겨울 효성그룹 앞에 지독한 눈보라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