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지난 1999년 7~9월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본격 출하기를 맞은 농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환율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면서 저물가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표상의 호조에도 골목상권과 가계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얼어붙은 상태다. 지난달 서민 생활과 밀접한 집값이 상승하고, 택시비와 전기요금 등이 크게 올랐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지표는 고공행진 중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13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9%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난 9월 0.8%를 기록한 이후 3개월째 0%대다.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로도 0.1% 떨어져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자료=기획재정부)
소비자물가가 이처럼 하락세를 이어간 것은 양호한 기상여건으로 풍작을 맞은 농산물 가격이 크게 떨어진 영향이 크다.
농산물은 배추(-34.5%) 등이 크게 하락하면서 전달보다 3.9%,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8.8% 하락했다. 축산물도 공급이 늘면서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달보다 2.6% 떨어졌다.
신선채소의 경우에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달보다 5.6%,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4.8% 각각 하락했다.
여기에 환율하락 등으로 석유로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도 0%대 저물가 기조를 견인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달보다는 1.1%,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4.0% 각각 하락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1월에도 전년동월대비 0%대 물가상승률을 지속한 것은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이 여전히 하락세를 보인 것에 기인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집세와 택시비, 전기세 등 서민들의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품목들은 크게 올라,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었다.
지난달 집세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택시비도 15.3% 뛰었다. 전기요금 역시 지난달 발표된 전기요금 인상으로 4.7% 상승했다. 도시가스비도 작년보다 5.3% 올라 한겨울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을 가중시켰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오모씨(30)는 "전셋값이 뛰고, 택시비와 전기요금도 오른 상황에서 0%대 저물가 기조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면서 "체감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물가가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1%대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축수산물은 가을철 수확기가 끝나고 기온이 하락하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고, 한파 등 기후상황 악화시 상승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석유류 가격도 11월 중순 이후의 국제유가 상승세 등을 감안할 때 12월에는 가격이 다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에 따라 물가안정세 지속을 위해 불안요인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구조개선 노력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