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삼성 경영 승계의 윤곽이 드러났다. 사실상 삼성 일가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리조트·건설 부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패션 부문은 차녀인 이서현 사장이 양분하게 됐다.
두 자매를 배치해 협업과 견제, 긴장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위에는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위치하게 된다.
◇이서현 예상대로 승진..언니와 한 배
이번 인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패션사업이 삼성에버랜드로 넘어가기로 결정된 후 패션 전문가인 이서현 사장 역시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삼성그룹은 2일 '2014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포함해 8명의 사장 승진과 8명 이동 및 위촉 등 총 16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서현 신임 사장은 지난 2010년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3년 만에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올라셨다. 지난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후 11년 만이다. '빈폴'과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 등이 이 사장의 대표작이다.
삼성그룹은 이 사장에 대해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서 패스트 패션·아웃도어 사업 진출 등 신성장동력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로 인해 이서현 사장은 지난 1일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된 패션사업 부문을 계속 맡게 됐다. 제일기획의 경영전략 부문장도 겸임한다.
앞서 제일모직은 소재사업과 패션사업간의 시너지가 부족하다고 판단, 사업 분할을 결정했다. 지난 9월23일 이사회를 열고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했다. 때문에 이 사장이 패션이 빠진 제일모직에 잔류하기보다 삼성에버랜드로 옮겨 전문 분야인 패션사업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날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대표인 윤주화 사장도 삼성에버랜드의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이서현 사장과 패션부문장을 공동으로 맡으며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패션사업의 소속사가 바뀌었다고 해도 업무 스탠스는 유지하게 됐다.
◇지주사격 삼성에버랜드..자매 양강구도·그 위엔 오빠
이번 인사로 인해 이서현 사장은 패션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제기됐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제외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승진한지 얼마되지 않아 제외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7년 전무에 오른 후 2010년 사장으로 승진한 2년 만인 지난해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왼쪽부터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사진=삼성그룹)
이번 인사 결과에 따라 삼성에버랜드는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삼 남매가 함께 하게 됐다. 삼 남매를 제외하고 보면, 삼성에버랜드는 김봉영·윤주화 투 톱 체제다. 공동으로 대표이사 사장을 맡는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패션 부문을,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리조트·건설부문을 담당한다. 향후 리조트·건설 부문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패션 부문은 이서현 사장으로 양분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에버랜드의 매출 구성을 보면 부동산·건축·빌딩자산관리사업인 E&A부문이 45.7%로 가장 많다. 그 다음 외식·식재료사업인 FC부문이 40.1%, 레저사업이 약 13.9% 등이다.
이 중 FC사업은 삼성웰스토리로 분사된다. 또 에버랜드의 E&A 부문 중 빌딩자산관리사업은 에스원으로 이관된다. 때문에 내년부터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매출 사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에버랜드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9월 기준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25.1%로 가장 많다. 두 자매는 각각 8.37%씩 가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3.72%를 보유 중이다.
두 자매가 삼성에버랜드 사업의 두 축을 맡으면서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함에 따라 주요 의사 결정 등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