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해마다 4~5%의 배당금을 지급하며 '고배당 정책'을 이어온 KT가 올해부터 배당금을 축소한다고 밝힌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T(030200)는 지난달 29일 이사회 보고를 통해 최근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 배당 계획을 수정한다며, 당초 약속했던 '최소 주당 2000원 배당계획'을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KT는 "최근의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재무실적 부진으로 기존 배당 계획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2013 회계연도 주당 배당금은 2000원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2년 3월16일 이석채 전 KT 회장은 KT 회장으로 재선임되면서 "향후 3년간 매년 최소 주당 2000원을 배당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약속을 1년도 채 안돼 파기하게 된 셈이다.
KT는 이번 배당정책 변경과 관련해 "배당정책은 배당금액 결정 시 회사의 영업 및 시장현황과 재무상태, 영업성과 등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다"는 설명만을 덧붙였다.
KT의 이번 발표가 이례적인 것은 통신회사들이 기본적으로 지녀온 '고배당 성향'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업은 신제품 출시나 신기술 개발 등으로 고성장, 저성장이 명확한 제조업과 달리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며 "투자자들을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통신사들은 고배당 성향을 띄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 간 KT의 배당금 지급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 10년간 KT의 배당금 지급액을 살펴보면 2002년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 KT는 비교적 꾸준히 배당금을 주당 2000원씩 지급해 왔지만 눈에 띄는 해가 있었다.
2008년 KT는 이례적으로 122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당해년도 KT의 종가는 3만7500원으로 배당수익률은 3.25%에 그치며 배당금이 예년 대비 44% 감소한 것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 시장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낸 것도 있었지만, KT 이끌어온 남중수 전 KT 사장이 배임수재 혐의로 2008년 11월 불명예 퇴진하기도 했다. 2000원대 이상의 배당금이 갑자기 대폭 하락한 주된 이유였다.
같은 상황이 2013년 12월 반복되고 있다.
KT는 올 들어 유무선 사업을 포함해 부동산과 미디어, 위성 등 KT 계열사의 이익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증권가는 올해 KT가 연결기준 2조3500억원대의 매출과 1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고배당 정책'을 기조로 이어온 이 전 회장도, KT 경영진도 어쩔 수 없이 배당금을 줄여야 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3일 이 전 회장은 사퇴 메일을 통해 "KT는 매년 경쟁사 대비 1조5000억원 이상 인건비가 더 많이 소요되고 있다"며 "임원수를 20% 줄이고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안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서비스 위주의 기업이 되기 위해 추가적 인력 보충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일들을 하기 위해선 배당정책을 일시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KT의 배당금 축소 발표로 KT에 대한 배당투자 메리트가 줄고, 정책에 대한 신뢰성 역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2000원 기준 배당수익률은 5.9% 였으나 배당금이 1400원, 1200원, 1000원으로 각각 줄면 배당수익률은 4.1%, 3.6%, 3.0%로 낮아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에 반해 경쟁사인 SK텔레콤은 올해 주당 배당금이 9400원, LG유플러스는 220원으로 배당수익률이 각각 4.2%, 2.1%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은 또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배당정책이 변경되면 정책의 신뢰성이 하락할 것"이라며 "현 경영진이나 새로운 CEO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강력한 경영혁신을 세우지 않은 이상 KT의 투자 메리트는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