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각종 사고와 의혹이 잇따른 국내 은행권 최고경영자(CEO)의 성과급이 대폭 삭감되거나 미지급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금융당국이 브리핑을 통해 은행권의 실적과 CEO의 성과급이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발표한 후 은행도 성과체계모범규준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장의 평균 연봉은 세전 기준으로 성과급과 기본급을 합쳐 7억7800만원으로 드러났다.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이 9억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8억2500만원,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6억9600만원,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6억4100만원이었다. 민병덕 전 행장은 기본급 5억원에 성과급을 4억500만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들도 지난해 평균 연봉이 21억원에 달했다.
은행의 지난해 실적이 평균 20% 감소했는데도 이들 은행장의 연봉은 최대 20%나 올랐다는 점이 문제라고 당국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또 내부통제 문제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내외적으로 지탄을 받는 CEO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일 경우 더 큰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민병덕 전 행장은 최근 성과급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다른 행장들은 성과급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이 각 은행 성과급까지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지만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겠냐"며 성과급 반납에 대한 의사를 에둘러 표현했다.
올해 1~3분기 국내 은행의 누적 순익은 4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7조5000억원)의 58.9% 수준으로 사실상 반토막 났다. 최근 각종 금융사고로 대내외 여론이 악화하는 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해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실적부진에 대한 부담도 큰 데다 각종 사고로 이미지도 악화돼 내년 영업전략을 어떻게 짤지 고민이 많다"며 "시기가 시기인 만큼 경영진 뿐 아니라 전직원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