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개선법 놓고 정부-삼성전자 여전히 '평행선'

미래부·방통위 주재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
"소비자 후생이 최우선"..제조·이통사 법안 제정 취지 공감

입력 : 2013-12-05 오후 5:11:38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단말기 가격과 보조금 액수 등 정보 공개를 통해 시장투명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위원장)
 
"저렴한 요금제와 저렴한 단말기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의 요구를 제조사와 이통사가 충족시켜줘야 한다."(김홍철 알뜰폰발전통신사업자협회장)
 
대다수의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소비자단체가 소비자의 후생을 최우선 목적으로 삼아야한다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제정 취지에 공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영업비밀 공개와 부처 간 역할분담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와 의견 일치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이통사와 제조사,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을 초청해 의견을 나눴다. 대부분의 패널들이 해당법안의 제정 취지에 공감하고 '찬성' 의사를 던졌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영업비밀 유출 우려 등을 내세워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번 간담회에는 미래부, 방통위 외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팬택 등 제조사와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이통3사, 소비자 대표로 한국소비자연맹, 한국YMCA, 업계 관련 협회로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등이 참석했다.
 
정부가 제조사나 이통사와 별개로 단통법과 관련해 만남을 가진 적은 여러차례 있었지만 해당 법안과 연관된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단통법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 결국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 를 개최했다.(사진제공=미래부)
 
최 장관은 이날 모두인사를 통해 "(단통법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같이 심각한 이용자 차별문제가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최 장관은 "현재는 휴대폰 가격이 언제 어디서 구입하느냐에 따라 200~300% 이상까지 차이가 나고 있다"며 "또 고가 프리미엄폰 위주로만 유통돼 소비자의 통신비용이 증가하므로 중저가 단말기 사용 활성화 등을 통해 단말기 비용에 대한 국민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통법의 골자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는 것을 막아 휴대폰을 판매할 때 단말기 가격과 보조금 금액, 할인금액 등을 명시하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보조급 투명지급법'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또 소비자가 통신요금 할인이나 보조금 혜택 중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최 장관은 "최근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것 역시 저가폰과 저가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제조사들도 이런 수요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일부 제조사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조속히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삼성전자-정부, 여전히 마찰.."영업비밀 유출 우려"
 
삼성전자와 정부의 마찰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단통법에 대해서는 영업비밀 정보 제공으로 인한 유출 등 여전히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상훈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사장은 "삼성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단통법 개선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제조사 입장에서 우려되는 상황이 있어 개선을 건의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우선 단통법 개선안 12조에 따르면 영업비밀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며 "물론 비밀이 지켜지겠지만 만에 하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조사 장려금의 경우, 국내와 해외 사업자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국내 장려금 지급 액수 등이 알려지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심각한 손실을 입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9조의 경우 기존법 체제 내에서도 충분히 제조사를 제재할 수 있다"며 이중규제 문제를 제기했다.
 
최 장관이 언급했던 '다양한 단말기'에 대해서도 이 사장은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20만원에서 100만원대 사이의 스마트폰을 16개 모델, 일반 피처폰을 20만원에서 40만원대 사이로 7개 모델, 도합 23종의 휴대폰을 한국시장에 내왔다"며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부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김주한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제조사로부터 제출받으려는 자료는 모두 4가지로 여기에 영업비밀 자료가 포함될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자료들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되며 국회에서 요구하더라도 영업비밀을 공개했던 사례는 없었다"고 맞섰다.
 
이중규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국장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이미 합의가 된 부분"이라며 "공정위와 방통위, 미래부가 합의해서 휴대폰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해 방통위가 조사할 수 있도록 정부 내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사진제공=미래부)
 
◇대부분 이해관계자들, '소비자 후생 최우선' 기본취지 찬성
 
이날 간담회는 1:9의 구도로도 볼 수 있을만큼 참석 패널 10명 중 9명은 단통법 취지와 법안 통과에 대해 확고한 '찬성표'를 던졌다.
 
배원복 LG전자 부사장은 "단말기 제조업체의 본질은 좋은 제품을 훌류한 서비스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소비자 권익 보호"라고 말했다.
 
배 부사장은 이어 "영업비밀 자료 공개에 대한 이슈는 탄력적으로 논의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이슈가 해결된다는 전제에서 (법안에) 찬성한다. 좋은 제품을 훌륭한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게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팬택 역시 찬성표를 던졌다. 박창진 팬택 부사장은 "법안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 지지하고 현재의 단말기 시장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데 충분히 공감한다"며 "다만 세부적인 시행과정에서 제조사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고려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이통사들은 이번 단통법 개정안을 통해 무차별적인 보조급 지급 정책으로 바닥으로 떨어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형희 SK텔레콤 부사장은 "소비자 중심의 어떤 단어와 논리 앞에서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업자 이해관계를 떠나서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는 이번 법안에 대해 누구나 반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적극 지지의사를 표했다.
 
표현명 KT 사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휴대폰 가격이 도대체 얼마인지 알 수가 없는 현실"이라며 "유통 측면에서도 이통사들이 소비자에게 신뢰를 잃고 있다. 비정상적 유통구조를 정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이통사 대리점 3000곳과 판매점 3만여개를 대표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박희정 회장은 "5400만 소비자를 끝점에서 직접 대면하고 있는 우리들 마저도 한달에 100여건씩 내려오는 가격 정책을 소비자에게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보조금 과열현상을 잠재울 단통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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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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