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산동네' 장수마을이 주민참여형 주거재생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4월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후 8개월만이다. 장수마을은 성북구 삼선동1가 300번지 일대 1만8414㎡ 규모 주거지로 한양도성과 맞닿아 있어 역사·문화적 보전가치가 높다.
5일 장수마을 주민들은 마을 새단장을 기념해 축제를 벌였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직접 현장을 방문해 달라진 마을의 모습을 확인했다.
◇마을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장수마을 전경(사진=최봄이 기자)
60~70년대 성곽마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장수마을은 지난 2004년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됐으나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마을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사업성이 낮은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개발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3월 장수마을을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주민들과 함께 마을 정비 방안을 만들었다. 지난 5월엔 주민 30% 이상 동의를 거쳐 재개발예정구역에서 해제했다.
이후 주민, 마을활동가, 전문가 협업을 통해 마을정비를 추진한 결과 마포구 연남동, 길음동 소리마을에 이어 세 번째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완료했다.
◇장수마을 도시가스 공급 및 하수관거 정비 모습(사진=서울시)
장수마을은 다른 곳보다 주민참여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마을활동가들이 2008년부터 마을기업, 마을학교를 만들고 함께 텃밭을 일구는 등 마을공동체 문화가 성숙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으로 장수마을에는 마을박물관, 주민사랑방, 도성마당 등 다양한 주민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됐다. 조성비용은 공공이 투자하고 운영은 주민이 맡는 방식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마을박물관은 2층, 109㎡ 규모의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한 건물로 장수마을의 역사와 함께 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기록한 자료들을 전시하게 된다.
고장이 나도 제대로 보수할 수 없었던 마을 기반시설도 정비했다. 특히 주민 숙원사업이었던 도시가스 공급관을 설치해 이곳 주민들은 불편한 석유·연탄 난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노후·불량 하수관거를 정비하고 범죄예방을 위한 CCTV, 보안등을 설치했으며 마을 내 주요 골목길을 재정비해 보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제설함, 소화전, 쓰레기 공동집하장 등도 새로 설치했다.
◇장수마을 가로정비 전(왼쪽)과 후(오른쪽, 사진=서울시)
아울러 시는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노후 주택을 계량할 수 있도록 공사비의 50%를 최대 1000만원 한도로 지원한다. 시가 노후주택 계량비를 직접 지원하는 사례는 한옥마을을 제외하고 장수마을이 처음이다. 시는 거주기간, 주택노후도 등으로 우선순위를 선정해 올해 시범사업 대상 8가구를 선정했다.
건물 신축에 적용되는 세부 가이드라인도 나왔다. 장수마을에서 신축하는 건물은 주거용도 위주여야 하며 문화재보존구역임을 고려해 1~2층으로 층수를 제한한다. 지붕 재질, 색채, 담장 등에 대한 세부규정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건기 시 주택정책실장은 "성곽마을의 지역특색을 보전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장수마을은 다른 정비예정구역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지도 벽화(왼쪽), 개별 주택 개량 모습(오른쪽, 사진=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