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직원당 컴퓨터를 4대나 구입하는 등 사업비를 흥청망청 쓴 것으로 드러났다. 비품 납품도 특정 업체와만 이뤄져 짬짜미 의혹까지 제기됐다.
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민주당) 의원이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체 직원이 427명에 불과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올해 보유한 컴퓨터는 총 1743대로 직원당 4대의 컴퓨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원의 어학 교육용으로 산 이어폰과 헤드셋은 각각 15만6200원, 23만5200원으로 고가지만 해당 품목은 개인 휴대용 소모품이라는 이유로 비품관리대장에 등록도 안 됐다.
올해 원자력발전소 비리 등으로 일부 원전이 가동을 멈추고 전력난 우려에 온 국민이 절전에 돌입했지만 정작 원전 관련 공공기관은 흥청망청 사업비를 쓴 셈.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1·2호기(사진=뉴스토마토)
원전시설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으로부터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이지만 편의적으로 예산을 짜 회계관리가 허술하다는 점도 문제다.
노웅래 의원 측은 "올해 원자력안전기술원 예산 1012억원 중 '원자력안전규제사업' 명목으로 한수원이 지급한 돈은 526억원"이라며 "그러나 원자력안전법에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한수원 등과 직접 사업비를 협의하고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돼 흥청망청 예산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비품 납품 받으며 납품업체와의 담합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노웅래 의원 측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납품한 업체는 3곳으로 대금은 90억원이나 됐고 매번 번갈아가며 납품했다"며 "이들의 주소는 모두 대전시 서구 만년동 테크노월드 5층이지만 실제 영업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정황상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특정 업체에만 납품 특혜를 준 것은 물론 업체 3곳이 모두 같은 회사거나 업체끼리 담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