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급한 불은 껐지만..산 넘어 산

입력 : 2013-12-09 오후 6:41:4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유동성 위기를 넘긴 현대상선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 각종 회사채와 기업어음 상환에 시달린 것에 비하면 한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다.  
 
현대상선은 최근 크레인 등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회사채신속인수제 참여 등을 통한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지난달 말 기준 6500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또 내년 3월까지는 만기 상환 회사채가 없어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4월 1400억원을 시작으로 연간 총 82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이 돌아온다. 또 2015년 7816억원, 2016년 3824억원의 회사채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기업어음과 선박금융 대금, 이자비용까지 더하면 총 2조원이 넘는 현금 유동성을 조달해야 한다. '산 넘어 산'인 상황으로, 내년이 더 문제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현대상선은 내년 4월 회사채 상환일 이전에 회사채신속인수제 추가신청 및 선박 매각, 최대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유동성 고비를 넘긴 현대상선이 선박 운항 노선 강화 등 성장성 확대에 주력한다.(사진=현대상선)
 
이와 함께 내년에도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유동성 확보와 더불어 수익 창출을 위한 해법 찾기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머스크, MSC, CMA-CGM 등 전 세계 물동량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3대 해운사들이 'P3(프로젝트3)' 동맹을 맺고, 보유 선박을 공동으로 운항할 예정이어서 컨테이너 물동량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동성 위기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하고도 근본적인 해법이 업황 회복으로 인한 운임 상승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을 비롯한 국내 해운업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벌크 운임과 달리 컨테이너 운임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으로, 컨테이너 20피트 당 1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올 초 1270달러보다 더 척박해졌다.
 
이에 현대상선은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자사가 소속된 'G6 얼라이언스'와 함께 컨테이너 부문 서비스 협력을 미주 서안 및 대서양 항로까지 대폭 확대키로 했다. 해운업 거대공룡인 P3와 정면 대결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G6'에는 현대상선을 비롯해 APL(싱가포르), MOL(일본), 하팍로이드(독일), NYK(일본), OOCL(홍콩) 등 6개 해운사가 참여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속해 있는 G6는 P3가 공동운항을 시작하는 내년 2분기부터 아시아-미주 서안에 12개의 서비스 노선을 운영할 계획이다. 총 76척의 선박이 투입되며 27개 항구에 기항한다. 이는 기존 G6의 아시아-미주 노선 선박 운항횟수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서양 서비스에는 42척의 선박으로 25개 항구에 기항하는 5개의 서비스 노선을 운영한다.
 
이로써 현대상선이 소속된 G6 얼라이언스는 아시아-미주, 아시아-유럽, 대서양 항로에 총 240여척의 선박으로 66개 항구를 기항하는 통합적인 동-서 서비스 네트워크를 완성하게 된다. 이는 전 세계 28개 항로에 총 252척을 운영하는 P3와 대등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에 G6가 노선을 강화한 아시아-미주 노선은 P3의 물동량 점유율이 낮은 노선으로 꼽힌다.
 
때문에 이번 G6의 노선 확대 정책은 P3가 아시아-미주 노선을 강화해 운임을 낮추고 물동량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에 대응해 해당 노선의 선박 운항 횟수를 두 배로 늘리는 등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국내 해운업 1위의 한진해운은 급한 불 끄기에도 여념이 없다.
 
한진해운은 이달에만 850억원의 기업어음을 상환해야 한다. 그간 공을 들였던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이 일부 채권은행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돼 상환은 불투명해졌다.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적선사의 중요성을 감안한 정부의 지원 의지가 반영되면서 산업은행 주도로 3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으로 인정,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 영구채에 비해 신디케이트론은 부채비율을 더 높이게 된다. 이는 향후 금융권으로부터 추가 차입 시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악순환의 빌미가 될 수 있다.
 
한진해운의 3분기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986%로, 신디케이트론이 예정대로 도입되면 1000%를 넘기게 돼 내년에도 유동성 확보가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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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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