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법원이 이른바 '신한사태' 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이달 26일로 결정하면서 3년간 진행되어 온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서울고법 형사합의3부(재판장 임성근)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증언을 통해 피고인들의 횡령 혐의가 명백해졌다"며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게 징역 5년을,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날 최후변론에서 신 전 사장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명예가 바로 서는 것이 신한금융지주그룹이 부패하지 않았다는 증명이다. 억울함을 밝히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전 행장측 변호인은 "은밀한 돈이었다면 공개된 장소가 아닌 곳을 택했을 것"이라며 "여러 객관적 상황 역시 공소사실과 배치된다. 교포 주주 김모씨가 신한그룹의 발전을 위해 기탁한 돈일 뿐 개인적인 사정은 전혀 관련돼 있지 않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함께 기소돼 3년간 재판을 받아온 신 전 사장 등은 최후진술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우선 신 전 사장은 "공소사실의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소인 측이 나를 흠집내서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신한은행이 저를 알고 있는 분들의 계좌를 불법으로 조회한 것이 드러났다"며 "억울하다. 지난 3년간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아무것도 못했다. 억울함을 헤아릴 수 없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명예가 회복되고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전 행장은 최후진술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다만 교포 주주 김씨의 기탁금은 신한그룹을 위해 써달라는 뜻이었다. 대가성이 없었다. 이 돈을 개인적으로 수령하지 않았고, 신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반평생을 바쳐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증인으로 나서 진술했다. 재판부는 라 전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해 비공개로 진행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은 구형에 앞선 증인신문 과정에서 "3년 전에 검찰조사에서 했던 진술이 신빙성 있으니 믿어달라"며 "기억력이 흐려져서 또다른 혼란 초래할까봐 걱정돼 출석 자제했으나 결자해지 심정으로 출석하라는 권유에 출석하게 됐다. 30년간 함께 한 사람들을 어떻게 탓하겠는가. 견제기능을 잘못한 나의 불찰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이 명예회장에 대한 경영자문계악과 자문료는 들어본적 없고, 3억원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신 전 사장 등과 함께 기소된 신한은행 전 기업고객부장 한모씨는 최후진술에서 "라 전 회장의 증언을 듣고 울분을 참기 힘들었다"며 "존경해왔던 분이 마치 미꾸라지 처럼 변경만 했다. 1차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이다.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사태'는 3년전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을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하면서 촉발됐다.
신 전 사장이 2006년 2월 기업컨설팅팀에 부당한 압력을 가해 사업성공 가능성을 부풀린 뒤 금강산랜드에 228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하게 해줬다는 게 골자다. 검찰은 신 전 사장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신 전 사장은 또 고(故) 이희건 신한지주 명예회장의 경영 자문료 명목으로 회삿돈 15억6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이 전 행장도 신 전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3억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라 전 회장도 이 명예회장의 자문료 횡령 혐의 등을 받았으나 검찰이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국내 금융기관의 장인 피고인들로서는, 금융기능을 수행할 때 높은 도덕성과 준법의식이 요구되는데도 거액의 금품을 받아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공소사실 중 일부 유죄를 인정해 신 전 사장 등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