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8)이 10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효성그룹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모습이다.
이날 오전 9시45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조 회장은 '법인세 탈루 의혹과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성실히 조사 받겠다"라고 말한 뒤 곧장 조사실로 올라갔다.
조 회장은 심장 부정맥 증상 악화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으나 상태가 호전돼 검찰 출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이날 출석 당시에도 그룹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느린 걸음으로 조사실로 향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한 조 회장을 상대로 법인세와 양도세 탈루 여부, 그룹 차원의 해외비자금 조성 등을 미리 알고도 묵인했거나 적극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과 아들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해외 현지법인 명의로 국내 시중은행에서 수천억 상당의 돈을 빌려 페이퍼컴퍼니에 빼돌린 뒤 몰래 주식을 사고 판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이와 같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주식 사고팔기를 통해 1000억원이 넘는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조 회장 등이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대규모 해외사업 손실을 은닉하고 이후 10여년 동안 손실액을 매년 일정 금액씩 나눠 처리하는 방식으로 1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법인세 수천억원을 탈루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아울러 계열사 효성캐피탈을 '사금고화' 시켜 2004년부터 올해까지 장남 조현준 사장에게 가장 많은 1766억원을 대출해준 것을 비롯,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44)과 삼남 조현상(42) 부사장에게 각각 1394억여원, 990억여원을 대출해준 혐의도 수사 대상이다.
현재까지 조사 상황상 조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밤늦게까지 진행되거나 자정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조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로 지난 9월30일 조 회장 등이 국세청으로부터 고발당한 이후부터 진행된 효성그룹 일가에 대한 수사는 막바지에 다다랐다.
검찰 관계자는 "시간을 정해놓고 확답을 하기는 어렵다"면서 "조사를 진행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으나, 주요 피의자를 마지막으로 불러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종합해 조사를 진행한 뒤 일괄 사법처리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임에 비춰볼 때 조 회장의 소환조사는 효성그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조 사장 등을 기소하고 올해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다만, 조 회장이 고령이고 현재 지병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 여부에 대해서는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부회장이 10일 오전 9시45분쯤 조사를 받기 위해 수행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