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새해 전자·IT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모바일 혁명'의 불씨가 어느 영역으로 퍼져나갈 것인가다. 스마트폰, 태블릿PC의 가파른 성장세는 지난해를 시작으로 이미 한풀 꺾였으며, 전체 이익의 대부분을 삼성전자와 애플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새해도 스마트폰이 전자·IT업계 최대의 인기 품목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스마트폰의 성장성 한계 논란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기업 이익 측면에서의 한계를 말하는 것일 뿐, 스마트폰시장의 전체 규모는 내년에도 10%대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도 내년에 고스란히 이어진다.
2014년은 또 웨어러블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 기어'를 기점으로 인텔, 페블, 퀄컴 등 각종 업체들이 스마트 시계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아이워치를 선보이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높다.
TV 부문에서는 8년 연속으로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관심은 LCD TV 다음 시장인 OLED·UHD TV에 쏠려있다. 높은 가격 탓에 판매량이 낮아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내년부터는 업체간 '가격인하 전쟁'이 벌어지면서 시장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IDC, 가트너 등 시장조사기관들은 2014년 전자·IT업계 흐름을 주도할 가장 큰 두 가지 흐름으로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PC를 지목하고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기초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다양한 응용기술 도입에 따라 좀 더 구체적인 수준에서 '청사진'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새해도 삼성-애플 양강 체제.."애플의 반격, 먹힐까?"
◇연간 스마트폰, 태블릿PC 판매량 및 예상치.(자료=삼성증권, 단위: 억)
우선 2014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두 자릿수를 유지하는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16%의 성장률을 기록한 스마트폰 시장이 내년에는 10% 초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성장세 둔화, 삼성전자와 애플이 산업 전체 100% 이상의 이익을 점하는 과독점, 하드웨어 차별화 한계와 혁신의 부재 등은 내년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소니, LG전자, 팬택 등 후발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렇다 할 시장 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폰5S로 전작의 실패를 어느 정도 만회한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어느 정도나 줄일 수 있느냐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3분기까지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31.4%,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은 13.1%를 기록하고 있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애플 사랑은 변함없다. 2013년 3분기까지 매 분기마다 아이폰 매출액이 증가한 유일한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었다"며 "달리 표현하자면 (삼성전자의 독주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의 지배력은 더욱 강력해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4분기 들어 아이폰5S, 아이폰5C 등으로 중국, 일본 등지에서 판매량을 급속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또 내년에는 아이폰을 대대적으로 다시 디자인해 4.7 인치와 5.5 인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라인업에서 삼성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을 공격하겠다는 의미다.
◇사물인터넷·웨어러블PC 등 차세대 IT환경 도래
‘네번째 IT 혁명’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월 스페인 ‘MWC 2013’에서 큰 이슈가 됐던 사물인터넷은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3'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선보인 '스마트홈' 시스템 등을 통해 구체화됐다.
◇(사진=각사 홈페이지)
시스코는 앞으로 10년 간 기업 부문에서 사물인터넷을 통해 파생될 경제적 부가가치를 14조400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전 세계 모든 기업 이윤(profit)이 21% 증가하는 규모로, IT산업의 지형도 자체를 바꿀만한 파급력이 있다는 얘기다.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도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윤곽을 나타낼 전망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삼성, LG가 올해 플라스틱 기판을 활용한 곡면형(커브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는 곧 스마트 기기의 차기 혁명소재로도 꼽힌다.
물론 완전히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단계의 진정한 플렉시블 구현을 위해서는 배터리, 기판, 반도체 등 다른 부품에서의 기술적 진보가 필요하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는 2015년쯤부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본격 적용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동반기술 약진에 소요될 것이란 의미다.
웨어러블 컴퓨터의 경우 손목시계를 시작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소니의 스마트워치,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 페블 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총 200만개 스마트 와치가 판매됐다.
새해 2분기 애플이 아이와치를 내놓으면 스마트 와치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SA는 내년에 총 900만대 스마트 와치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며 오는 2015년까지 163%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내다가 2017년에는 41%로 성장세가 꺾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각종 스포츠 이벤트, UHD TV 가격 하락에 TV시장 활기
TV시장은 기업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이다. 가장 보급률이 높은 LCD TV 시장이 사실상 '가격경쟁'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조차도 TV 사업부문에서 이렇다 할 이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 LG, 소니 등은 올 초 열린 'CES 2013'에서부터 경쟁적 OLED TV, UHD TV 등으로 차세대 TV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내년 UHD TV 시장은 올해 대비 34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UHD TV가 OLED TV에 비해 가격 인하 여력이 높기 때문에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삼성, LG 내부적으로도 당분간은 UHD TV가 시장을 이끌어 갈 주요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보다 2014년은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 등 굵직한 스포트 이벤트가 몰려있다. 소비 수요 상승과 맞물려 UHD TV 보급이 확산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감안해 삼성, 소니 등도 UHD TV 가격 현실화를 위해 최대한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김용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은 "UHD TV 점유율은 2017년에는 8.8%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4년 빅 스포츠 이벤트와 함께 각국의 UHD TV 방송 서비스가 앞당겨진다면 UHD-TV 보급은 예상보다 더 빨리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료=디스플레이서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반면 야심 찬 출발과는 달리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OLED TV는 내년에도 이렇다 할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초 양산 제품이 선보인 후, 국내에서 판매된 OLED TV는 불과 수천 대 수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 상반기 이후 업체들은 OLED TV 양산 제품을 추가로 내놓지 않고 있다.
◇'13년 전기전자업계 주요 이슈들
돌이켜보면, 올해는 말 그대로 '삼성전자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2000만대가 판매된 갤럭시S4, 1000만대 판매를 넘어선 갤럭시노트3 등 주력 제품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이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뿐만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에서도 확고한 기술 리더십을 과시한 한 해였다.
삼성전자 이외의 다른 휴대폰 기업의 경우 상향평준화된 시장에서 업체별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애플은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해 중국시장을 겨냥한 스마트폰 아이폰5C를 내세웠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모토로라는 구글,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품으로 들어가 부활을 꾀하기 시작했고, 일본 소니가 스마트폰 시장 재공략을 선언했다. 중국 업체들도 품질이 훨씬 향상된 제품을 저가에 공급하며 시장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세계 시장 점유율로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30% 수준으로 여전히 확고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 모토로라, HTC 등의 업체는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들 업체가 잃은 점유율은 고스란히 중국 업체들의 몫이었다. 화웨이와 레노버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샤오미 등 중저가 브랜드의 약진도 중요한 이슈였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부활이 두드러졌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처음으로 전체 반도체 순위 탑5 기업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의 매출은 43.2% 성장해 가장 우수한 실적을 보였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엘피다 메모리를 인수하며 상위 25개 업체 중 가장 큰 폭(70.8%)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무려 70.8%가 늘어났다.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경우 3차원 수직구조 낸드(3D V낸드) 플래시가 대세로 부상했다. 지난 8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구축한 V낸드는 미세조정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으며 낸드플래시보다 속도는 2배, 셀 수명은 10배가량 개선됐다. 내년부터 V낸드가 기존 낸드플래시를 대체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SK하이닉스와 도시바 등도 개발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TV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가 8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운데 UHD TV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한 한 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일본 소니와 샤프, 중국 하이센스와 창홍 등 대부분의 TV 제조업체들이 보급형 UHD TV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올해 역시 국내 업체들이 TV 기술을 선도하는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 9월 열린 IFA에서 삼성전자가 커브드 UHD TV를 전격 공개하자, LG전자는 UHD급 화질을 갖춘 커브드 OLED TV를 내놓으며 맞불을 놓았다.
생활가전의 경우 '스마트 홈'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대형 가전은 물론 오븐과 청소기 등 소형 가전까지 다양한 스마트 기능이 탑재되고 있으며 이 모든 가전제품을 휴대폰 등 스마트 기기로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홈이 미래형 가정의 모습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