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술자리에서 말다툼을 하다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지만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 받았던 베트남인에게 항소심에서 실형이 내려졌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한창훈)는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의심을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잘못됐다"며 "숨진 B씨의 형인 C씨가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해 당황한 상태였음을 고려하면 부수적인 부분에서 불명확한 진술이 있더라도 중요 부분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1월21일 밤 11시쯤 경남 함양군에 있는 한 컨테이너 직원숙소에서 베트남인과 필리핀인 10명이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 B씨(24)가 흉기에 목을 찔려 쇄골정맥 창상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A씨와 D씨였고, 당사자의 진술은 모두 엇갈렸다.
A씨는 D씨가 범인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고, D씨는 술에 많이 취해 잠을 잤기 때문에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C씨는 자신이 직접 범행을 목격하진 못했지만 A씨가 범인이라고 진술했다.
따라서 C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가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다.
C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자신이 D씨와 부엌에서 다투고 있는 동안 방 안에는 A씨와 B씨만 남아있었는데, B씨가 피가 흐르는 어깨를 부여잡고 부엌으로 들어오면서 쓰러졌고 이어 흉기를 들고 따라온 A씨가 B씨를 찌르려 했다고 진술했다. 또 자신은 B씨를 안으며 A씨에게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빌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C씨가 굳이 친분관계가 없는 D씨의 범행을 숨기고 A씨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허위사실을 진술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흉기에 찔린 직후 A씨가 흉기를 들고 있었던 점, A씨의 진술로는 B씨가 부엌까지 가서 피를 흘린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 점, 또 옷에 묻은 혈흔의 모양도 C씨의 진술과 일치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
A씨가 지난 2008년 특수절도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불법체류를 하며 이번 범행을 저지른 점은 불리한 양형요소로 작용했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C씨가 진술을 번복하는 등 신빙성이 부족하지만 A씨의 진술은 일관됐으며, 살해 장면을 목격한 증인이 없기 때문에 A씨를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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