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과거 기자가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 있다.
김진명씨가 1993년 발표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은 고(故)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천재적인 한국인 물리학자인 이휘소씨와 함께 한반도의 핵무장을 위한 핵무기를 개발하는 과정과 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방해공작을 통해 좌절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을 다룬 소설이다.
물론 이 소설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한 가상의 시나리오에 불과하지만 그 가능성만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소설이었다.
비록 허구인 가상의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강대국과 역학적 관계에 놓여있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며 이 소설에서 주장하는 주체적 국가관과 강력한 국가로의 도약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카타르시스와 함께 실제 그러한 상황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점에서 기자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다소 희망적으로 변화하고 통일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 있던 현실은 다시 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개발, 서해 북방한계선(NLL)상 대치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어제(16)일 군 당국은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공중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국산 지대공 유도무기를 전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의 이동과 시험발사 논란과 함께 남북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기자는 이 소설에서 말하는 음모론을 떠올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불안속에 정부에 대한 신뢰 부재, 사회적 범죄와 정부와 시민사회와의 충돌 등의 사회적 반감이 증대하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북한의 미사일 이동과 안보 위협이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과연 정부나 미국이 이러한 상황을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무엇인지 하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968년 북한의 원산항에서 푸에블루호가 북한에 납치되기 이전부터 꾸준한 대북 정보활동을 추진해왔다. 최고의 기술력과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국가안보국(NSA)는 최첨단 항공장비와 지상용 감청, 방탐 장비, 인공위성을 통한 실시간 감시활동을 벌여왔지만 그러한 정보의 활용은 극히 제한돼 왔다.
지난 1996년 북한의 잠수함이 한국으로 침투했던 사건도 미국의 정보체계를 통해 황해도 갈고치리초소에서 2~3일전 이미 잠수함이 이동한 것을 파악한 상태였지만 미군 당국은 한국정부에 이러한 정부의 일부만 제공했고 한국 정부는 이러한 정보를 제대로 활용치 못해 결국 인명피해를 내는 침투사건이 된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정보의 활용을 추진한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군사적 동맹 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눈뜨고 코베인 격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만연했던 북풍(北風)과 총풍(銃風) 은 이러한 안보의 위협상황을 정부와 정치인이 정권의 유지와 장악을 위해 악용했던 하나의 음모론이었음을 생각한다면 한국당국도 자신들이 생각한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을 위해 이러한 안보위협을 악용한 것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당국은 최근의 이러한 북한의 위협움직임이 좋은 호재라고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처럼 뒤숭숭한 정부의 입지를 단박에 뒤집을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무너진 747 전략과 추락한 대외신인도, 불안한 국내사정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모범답안으로 말이다.
여기에 만약에 과연 한국이 소설처럼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라면, 국제사회에서 핵무기를 활용한 선제적 공격능력이나 2차적 공격능력 등을 통한 공포의 억제를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제적 효과란 강력한 타격과 피해를 줄 수 있는 물리력을 갖고 있어 상대편이 대응할 수 없도록 만드는 예방적 자위능력이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가 선언된 현실에서 이러한 선언을 무력화 시키고 핵무기를 개발, 보유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소프트파워와 경제력이 지배하는 현실 구조에서도 하드파워의 영향력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러한 하드파워가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끝없는 불안과 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현실에서 과연 이러한 안보의 문제가 어느 정도 우리의 발목을 잡을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것은 이러한 남북간의 경색구조는 경제적 악재로 작용할 것임에 분명하다.
한국은 지난 1953년 휴전이후 경제성장과 함께 전략적 동반자 관계(Pivotal Power)의 역할을 수행하는 목표로 동북아시아와 글로벌 환경에서 성장해왔다.
그럼에도 이같은 한반도의 불안은 경제적 성장의 한계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한계는 극심한 하락세가 전망되는 한국의 경제적 소프트파워자체를 강화시키지 못하는 불안요인이 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불안한 안보상황으로 한국의 자본시장이 극단적인 외국 투기자본의 딜링룸으로 변해가고, 국제사회는 경제적 한국의 위기극복과 성장의 모습보다 분단과 위험지역으로 한국 불안요인을 더욱 크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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