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1·한신타이거즈)가 올해 마지막 국내 공식일정인 삼성 스포츠단의 '드림캠프'에 참석해 서울 도신초 야구부 선수를 지도 중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돌부처'도 어린이 앞에서는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바닥에 눈이 쌓일 정도로 추운 날씨임에도 야구 연습장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한 '끝판대장' 오승환(31)이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경기고 운동장에서 자신의 모교인 도신초와 경기고의 야구부 소속 40여 명의 후배를 초청하는 삼성스포츠단의 재능기부 프로그램 '드림캠프'에 참석했다.
삼성 드림캠프는 삼성스포츠단이 정기적으로 하는 일종의 재능기부 행사다. 그동안 김승현(농구), 박철우(배구), 이용대(배드민턴) 등 삼성그룹 산하 스포츠단 대표 선수들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오승환도 참여 경험이 있다. 올 시즌 초 한 차례 드림캠프에 참가했던 오승환은 모교에서 하는 이번 행사에 두 번째 나섰다.
오승환과 함께 그의 삼성 동료였던 윤성환과 안지만도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이들은 오후 3~5시 2시간 동안 후배들을 지도했다. 날씨는 추웠지만 이들은 직접 시범도 보이고, 한 명, 한 명 원포인트 레슨도 진행했다. 좋은 모습에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오승환 앞에서 40여개의 공을 던진 경기고 2학년인 투수 황대인(17)은 "말로만 듣던 대스타 선배가 직접 지도해주니 영광이었다"며 "이미지가 워낙 무거워 처음에는 '나한테 지도를 잘 해줄까?'하는 생각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체가 앞으로 쏠려 밸런스가 무너지고 공이 날린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문제점을 고치겠다"면서 "(오승환)선배 투구폼을 많이 따라하는데, 선배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 생각보다 무척 자상했다. 선배가 일본에서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승환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그는 "날씨가 추워 원래 계획한 프로그램을 다 못했다"며 "경기고가 내 모교이긴 하나, 그런 것을 떠나 야구 후배들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자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하고 있다. (유소년 선수가)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도록 주위에서 꾸준한 관심을 가졌으면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오승환은 오는 18일 괌으로 출국해 한신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참여하기 이전까지 본격적인 몸 만들기를 시작한다. 그는 "삼성 시절에도 이맘때쯤 출국했다. 다른 유니폼을 입더라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면서 "예전처럼 한다면 스프링캠프에 좋은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지훈련에서는 트레이닝 코치나 투수 코치와 상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