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쉽지 않은 한해였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규제강화까지 겹친 가운데 업계는 새로운 활로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동통신업계는 내년도에 첨단 초고속 LTE 경쟁으로 어느 때보다 치열한 한해를 보낼 전망이다. 새롭게 할당받은 주파수를 통해 현재보다 대폭 빨라진 LTE 상품을 내놓는다.
IT서비스와 인터넷 포털업계는 시장포화에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은 공공기관 시장진출 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해외에서 만회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포털업계는 모바일 서비스 경쟁을 가속화하는 한편 해외시장에서 뚜렷한 실적을 거두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제2의 '라인'이 등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게임업계는 올해 정치권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입지가 좁아지는 아픔을 겪었다. 정치권에서는 게임중독법을 앞세워 규제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어 업계에는 내년이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내년 이통업계, 속도경쟁 한층 박차 가한다
올해 LTE 주파수 할당으로 웃고 울었던 이동통신업계는 내년부터 생사를 건 본격적인 속도경쟁에 돌입한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지난 8월 열흘간의 피말리는 주파수 경매 끝에 LTE용 주파수를 나눠 가져갔다. 이들이 확보한 주파수는 크기와 가치가 달라 LTE 경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KT가 LTE 품질 향상에 가장 유리한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인접대역을 차지함에 따라 기존 5:3:2의 시장점유율에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LTE 시장에서 그간 열세에 몰렸던 KT는 '광대역 LTE 서비스'를 내세운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퍼부으며 가입자 회복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기존 사용하던 주파수 대역과 인접해 있지 않아 광대역 LTE와 LTE-A를 필두로 망 구축에 필요한 장비와 단말기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불리한 점이 있다.
광대역 LTE와 LTE-A. 이름은 다르지만 누가 더 빠른 속도를 내느냐의 속도전이다. 현재 LTE 속도는 최고 75Mbps지만 광대역 LTE가 상용화되는 내년 3월부터는 최고 150Mbps로 빨라진다.
누가 가장 먼저 최고속도인 150Mbps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도 내년 이동통신 업계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8일 지금보다 속도가 3배빠른 광대역 LTE-A를 국내 최초로 시연했다.(사진제공=SK텔레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이어갈지도 관심거리다.
최근 정부는 이 법안에서 최대 논란을 빚고 있는 제조사 자료제출 조항과 보조금 상한제 조항을 3년간 일시적으로 운영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는 자료제출에 반대입장을 보여온 삼성전자 등 제조사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제조사의 영업비밀을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반면 이통3사와 정부, 시민단체들은 소비자 보호와 시장투명성을 위해 단통법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현재 열리고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법안이 의결되면 미방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새로운 사령탑을 맞게된 KT가 내년에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에도 눈길이 모아진다.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는 시장에서 KT의 위상을 빨리 회복하는게 급선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를 따돌리기 위한 파상적 공세를 펼 것으로 보여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신세기이동통신 출신,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KT사장에 정보통신부장관을 거친 통신업계 전문가다. 반도체 전문가이자 삼성맨인 황 내정자가 이들과 벌일 한판 승부가 기대된다.
아울러 황 내정자의 취임을 계기로 KT와 삼성전자간의 관계가 어떻게 재정립될지도 관심거리다.
◇올해 통신업계, LTE에 울고 웃어
올해 이동통신시장에서 LTE 가입자수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가입자 2명 중 1명은 LTE 폰을 쓰는 시대가 됐다.
이에 따라 LTE경쟁에 얼마나 잘 대응했는지가 업체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3분기까지 통신3사의 실적추이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SK텔레콤(017670)은 지난 3분기 매출 4조1246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8.4% 증가한 5514억원을 기록해 순조로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또 LTE 가입자 증가로 3분기 가입자당 매출(ARPU)은 전분기 대비 2.6% 상승한 3만4909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연평균 4% 성장'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LG유플러스(032640)도 LTE 효과를 톡톡히 봤다. LTE 전국망을 가장 먼저 구축하면서 시장 선점효과를 상당히 누렸다. LG유플러스는 올 한해 가입자 증가, 흑자전환 등 경영·재무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분기 매출은 2조87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어났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3분기 61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으나, 올해 3분기에는 1492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선방을 거뒀다.
KT(030200)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3078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 수준의 실적만 이어갔다.
영업정지로 인한 무선 수익이 감소하면서 유무선의 실적은 좋지 못했지만 미디어, 렌탈, 금융 분야에서 그나마 선방했다.
KT는 3분기 매출 5조7346억원, 영업이익 3078억원, 당기순익 136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3% 하락,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2.7% 증가한 수치다.
◇이통3사 2013년 3분기 영업이익 현황(자료=각사)
◇IT서비스업계, 해외로 활로 모색
IT서비스 업계는 올 한해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대기업의 IT서비스 계열사들은 공공기관의 정보 인프라구축 사업에 참여가 제한됐다. 때문에 삼성SDS나 SK C&C, 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모두 공공사업을 철수해야 했다.
대형 IT서비스기업의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한 것은 국내 공공부문 시장을 중견·중소기업에 양보하기 위함이었지만 그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보정보통신이나 대우정보시스템, 현대BS&C 등 일부 중견 IT서비스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기도 했지만, IBM과 오라클 등 외국계 IT기업들이 시장을 독식하게 되면서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경쟁에서 소외됐기 때문이다.
한편 대형 IT서비스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6월 공공 IT사업에서 전면 철수를 선언하면서 공공 및 금융 사업 조직은 축소하고, 해외로 수출되는 사업인 ▲스마트 매뉴팩처링 타운(SMT) 조직 ▲ICT아웃소싱(ICTO) 사업부가 신설됐다.
SK C&C(034730)는 공공사업부에 근무했던 유휴인력 200여명을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하는 한편, 지난 12일에는 글로벌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해외 사업수행 체계를 통합했다. LG CNS는 공공사업 조직을 공공사업부로 통합하는 등 조직 축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형 IT서비스 3사의 글로벌 사업 성과는 서서히 나오고 있다. 삼성SDS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 등에 '스마트 타운'을 수출했고, LG CNS는 쿠웨이트에 '스마트 그린솔루션'을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SK C&C는 투르크메니스탄과 방글라데시 등에서 대형 글로벌 IT서비스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대형 IT서비스 3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자료제공=각사)
국내 IT서비스 업체들의 내년도 전략 역시 '글로벌'에 방점이 찍혔다. 최근 수장을 교체한 삼성SDS의 경우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전동수 사장을 임명하면서 "삼성SDS를 글로벌 토털 IT서비스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LG CNS는 자체 개발한 솔루션들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해외사업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15%에 불과하지만 LG CNS는 오는 2020년까지 점유율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K C&C 역시 글로벌 사업성과 극대화를 위해 조직을 정비하는 등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힘쏟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게임, 성장기 진입..해외진출도 화두
내년에도 모바일은 인터넷업계 주요 키워드라 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모바일시장이 개화기였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든다.
먼저 포털업체들은 기존 정착시킨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본격적인 수익화를 추진하게 된다. 특히 모바일광고의 경우
NAVER(035420)와
다음(035720) 등 주요 업체 매출 비중이 연말 기준으로 2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앞으로 더 많은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임업체 또한 모바일게임을 더욱 고도화한다. 현재 모바일게임 트렌드가 남녀노소 모두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에 초점이 맞췄다면 향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FPS(1인칭 슈팅게임) 등 깊이 있는 작품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기술발전과 이용자 적응 등 충분히 상황이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업계 또 하나의 화두는 해외사업이다. 사업자들은 인터넷 이용률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스마트폰 보급 또한 인구 절반을 넘은 3000만명을 초과하면서 국내시장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그간의 실패사례를 분석하고 사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삼아 해외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포털에서는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가 그 첨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내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검색엔진과 한국형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수출하려고 했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장 성공적으로 혁신이 나타났던 분야가 메시징이었고 카카오톡, 라인 등은 입소문만으로 빠르게 세를 확장할 수 있었다.
◇전세계 라인 사용자수 증가 추이(자료=네이버)
게임업체들은 좀 더 절박하게 해외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먼저
엔씨소프트(036570)의 블레이드앤소울의 중국시장 오픈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도가 나올 예정이다.
올해를 돌아보면 인터넷포털업계는 시장포화 현상과 규제이슈라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포털업체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인터넷 이용률이 정점에 달해 더 이상 주력사업인 온라인광고로는 좋은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디스플레이광고는 ▲2009년 2935억원 ▲2010년 3201억원 ▲2011년 3525억원 ▲2012년 3643억원 ▲2013년 3402억원으로 올해 역성장을 했다.
◇최근 5년간 포털3사 배너광고 매출추이(자료=각사)
독과점 규제 또한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여당은 “포털업체들이 중소사업자를 상대로 횡포를 부린다”며 여러 규제법안을 발의하는 등 네이버와 다음을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지난달 공정위는 사업자의 자체시정을 뜻하는 동의의결을 통과시킴으로써 어느 정도 이슈가 일단락됐다.
게임업계 또한 위기론이 강하게 대두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게임시장의 전체 크기는 약 10조7000억원 규모로 지난 2012년의 9조7000억원에 비해 약 10% 성장했지만, 업계 내외부의 악재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와 영업이익률 ‘하락’이라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게임 시장은 리그오브레전드(LOL), 피파온라인3 등 외산게임의 점유율 확대에 순수 국산 게임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으며, 모바일게임 시장은 양적으로는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플랫폼사업자들에게 납부해야하는 수수료로 인해 수익성은 크지 못했다.
◇온라인게임시장 외산게임 점유율 변화(자료=게임트릭스)
또 규제이슈 또한 포털보다 더욱 압박이 심하다는 평가다. 게임중독법 논쟁, PC방 전면금연시행, 웹보드게임 추가 규제안 도입 등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업계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재로 인해 대형 온라인게임에 대한 신규 투자는 많이 줄었으며, 우후죽순 생겨났던 모바일게임 스튜디오 상당수도 게임 한번 제대로 출시해보지 못하고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