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최악은 피했지만..위기감 여전

입력 : 2013-12-19 오후 6:45:55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비자금 조성 및 세금포탈 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기각 판결을 받고 나와 귀가하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효성(004800)그룹이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난국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위기감을 쉽사리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조석래 회장이 고령과 병력 등의 이유로 구속 수감되는 최악의 경우는 면했지만, 그렇다고 혐의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1조원대 분식회계와 법인세 탈세,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으면서 여론도 극히 악화됐다. 향후 힘겨운 법정싸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장남인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과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 부사장도 불법대출 등의 혐의를 받고 있어 검찰의 추가기소는 불가피하다. 여기에다 사실상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이상운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모두 검찰 조사를 받은 상황이라 그룹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무리가 따르고 있다. 
 
19일 새벽 법원은 탈세와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영장실질심사를 심리한 전휴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감안하면 구속수사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룹 총수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효성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한숨을 돌렸다 해도 기나긴 법정싸움이 예정돼 있다. 1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인한 수천억원의 법인세 탈루와 1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내용도 중대하다.
 
검찰은 조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재판이 진행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법원까지 가는데 3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조 회장도 장기간 혐의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게 됐다. 또 김승연 회장이 횡령 혐의가 아닌 배임 혐의로 구속된 것도 부담이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구속을 피했지만, 아들 3형제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아직 구속이라는 칼날을 모두 피한 것은 아니다. 현재 검찰은 효성캐피탈을 '사금고화' 시켜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조현준 사장이  1766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것을 비롯해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에게 각각 1394억여원, 990억여원을 대출해 준 과정을 들여다 보고 있다.
 
검찰이 앞으로 이들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기소를 진행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회사 경영에도 심각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그룹은 현재 탄소섬유, 폴리케톤 등 신소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와중에 총수 일가 등 그룹 수뇌부가 모두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어 투자 진행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내년 사업계획은 물론 매년 1월 실시되던 인사도 연기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조 회장 없는 효성은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다는 게 효성 내부 기류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500억원을 투자해 결실을 앞둔 플라스틱 신소재 폴리케톤 사업의 경우 앞으로 2년간 2000억원을 들여 5만t 규모의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최종 결정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또 탄소섬유 사업에 오는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수의 구속이라는 큰 산을 넘은 효성의 앞날에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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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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