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최근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기조와 함께 다시금 벤처붐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청년창업이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성공한 벤처업체가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은 공정경쟁과 계급이동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분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으며 준비되지 않은 젊은이들을 창업의 길로 부추기는 것은 꼭 바람직하진 않다고 말합니다. 굉장히 힘든 길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잠깐 벤처기업의 생존율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열개 중 한두개만이 자립에 성공하며 모든 창업가의 꿈이라 할 수 있는 기업가치 1조 클럽에 들어갈 확률은 0.1% 미만입니다.
그리고 창업가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되죠. 당장 돈문제도 그렇지만 사실상 한 회사의 주인이 된 상황에서 모든 것을 직접 챙겨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즉 아무 것도 못하고 사무실에서 일만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러면 구체적으로 벤처창업가는 얼마나 업무부담을 가질까? 이와 관련해 한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본엔젤스의 장병규 대표이사가 말하는 '1주일 100시간 노동론'입니다.
먼저 직장을 갖고 계신 여러분, 일주일에 얼마나 일하시나요? 현행법에 따르면 18세 이상 일반근로자는 하루에 8시간씩 모두 40시간을 일하게 됩니다. 물론 '신의 직장'을 제외하고는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일할 때도 많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50~60시간 정도라고 봅니다.
하지만 장 대표는 1주일에 100시간을 일하라고 말합니다.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죠. 대충 계산하더라도 주말 포함해 하루에 14시간 이상씩 일하라는 이야기입니다. 7~8시간 정도 잠을 자고 1~2시간 정도 생리적 활동을 한다면 거의 나머지 모든 시간을 일만 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해야 할까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내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청년창업이라면 자본이 썩 많지 않을 테고, 결국 '시간'과 '사람'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결국 자기 모든 것을 다 바쳐야 하죠. 앞서 언급한 10개 벤처기업 중에서 망하는 8~9개 벤처기업이 되기 싫다면요.
그리고 장 대표는 청년창업가가 100시간씩 일하는 것은 분명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말인데요. 50~60시간씩 일하는 사람들과 100시간씩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성과차이가 날까요? 얼핏 생각하면 후자가 전자보다 1.5~2배 가량 더 좋은 성과를 내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최소 5배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아무 것도 안하고 일만 하기 때문에 생각의 모든 것이 '일'에 초점이 맞춰지게 됩니다. 즉 밥 먹을 때도 '일', 씻을 때도 '일', 화장실 갈 때도 '일'이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게 되고 자연스레 훨씬 좋은 성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죠.
또 하나 주목할 것은 SW산업은 기존 제조업과 달리 숙련자와 비숙련자의 업무차이가 매우 높습니다. 코딩(개발)만 보더라도 슈퍼 프로그래머 1명이 일반 프로그래머 수십명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 1만 시간을 투자하라고 했는데요. 1주일에 100시간씩 2년이면 자연스레 그 꿈을 이루게 됩니다.
장 대표는 하드워킹할 수 있는 때는 정해졌다고 합니다. 30대 중반이 되면 체력 저하현상 때문에 할 수 없으며 오직 젊은 시절 가능합니다. 그는 "삶과 일의 조화는 분명 중요하지만 적어도 2~3년 만이라도 일에 미쳤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장 대표가 네오위즈 창업 시절에 밖에 나가지 않고 일만 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밥도 무조건 배달음식도 먹었으며, 양말도 일일이 구입하기 귀찮아 한번 나가면 수백 켤레를 한꺼번에 샀다는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입니다.
벤처캐피탈은 대부분 피투자사가 망한다는 것은 알면서도 좋은 기업을 물색합니다. 하나의 대박이 터지면 모든 손실이 상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박을 내기 위해서는 하나 조건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네이버와 넥슨이 15년 전만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았던 검색엔진과 온라인게임을 선보였듯이 말이죠.
하지만 그 전에 바꿔야할 것은 창업가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를 감당할 자신이 있을 때 벤처를 해야겠죠.
◇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 (사진제공=본엔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