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혁신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배워야 할 점

입력 : 2013-12-22 오후 2:00:00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미국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모든 장사의 기본이 되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서 성공한 회사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는데, 넷플릭스는 ‘미디어업계의 애플, 가장 큰 미디어 스타트업’이라 불릴만한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어렸을 적에 1000원짜리 비디오 하나를 빌렸다가, 배가 넘는 연체료를 내본 경험이 몇 번씩은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의 CEO이자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도 첫 번째 사업인 ‘퓨어 소프트웨어’를 정리한 이후, 비디오 하나를 빌렸다가 연체해 무려 40달러를 물어주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이에 헤이스팅스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연체료 없는’ 비디오 대여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이를 위해서 동네마다 있는 대여점을 대신해 중앙물류센터를 두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작은 발상이 지난 2004년 기준 9000개의 대여점과 6만명의 노동자를 거느리고 있었던 대기업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렸다.
 
또 넷플릭스를 가장 큰 미디어 스타트업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이 같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디즈니, 폭스 등 거대 미디어 업체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계속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재권이 지은 <파괴자들>을 보면 넷플릭스는 2011년 회사를 두 개로 나눠 DVD 대여는 ‘퀵스터’로 바꾸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넷플릭스’로 유지한다.
 
미국의 기존 공룡 미디어들이 편당 과금방식이나 광고기반의 무료방송에 머물 때, 과감하게 모바일에서 정액 요금을 내면 우수한 콘텐츠들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리고 모바일에서만 머물지 않고 TV, PC, 태블릿으로 그 영역을 넓혔다.
 
이 방식은 기존의 'DVD 대여'라는 자신들의 ‘먹거리’를 줄어들게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방식이었다. 사업초기에는 이에 반발해 기존 가입자들은 하나 둘 넷플릭스를 떠났으며, 주가가 폭락해 넷플릭스는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헤이스팅스는 스트리밍 방식이 ‘본방사수’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에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확고한 비전이 있었고, 과감하게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계속했다.
 
◇과감히 스트리밍 시장에 투자하던 2011년, 넷플릭스의 주가는 폭락했다. 하지만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의 과감한 도전은 결국 성공했고, 이제는 다른 공룡미디어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사진=넷플릭스 IR페이지)
 
DVD 대여 시절부터 가입자들의 데이터 바탕으로 영화를 추천해주던 ‘시네매치’를 더 고도화하려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독자적인 추천 알고리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기존의 ‘본방사수’ 문화를 깨뜨리기 위해 1억달러(약1006억원)의 거액을 투자해 1시즌 13편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드라마를 제작하고 모든 에피소드를 동시에 공개했다.
 
이 드라마는 올해 가장 인기를 끈 미국드라마로 자리매김했으며, 사람들에게 기존의 지상파와 위성방송을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좋은 드라마를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값진 경험을 선사했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넷플릭스의 주가는 올해 초 90달러 수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 376.74달러로 급상승했다. 한때 조그만 벤처기업이었던 넷플릭스는 이제는 미국 최대의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해,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리고 디즈니그룹, 폭스, 뉴스코퍼레이션을 위협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스토리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벤처 창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장사의 기본인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주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연체료 없는 비디오 대여)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적합한 사업모델(물류센터 구축과 배달서비스) 없이는 어렵다는 점이다.
 
또 인터넷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은 기존의 대기업들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이 초기에 투자를 유치하고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지만, 결국에는 기존의 대기업들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기존의 대기업들은 섣부르게 도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접근해야만 승산이 있다.
 
싸이월드·네이트온을 서비스하는 SK컴즈(066270)는 최근 직원의 60% 가량을 구조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컴즈의 한 관계자는 “과거 카카오톡이 나오기 전에 먼저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하려 했는데, 윗선에서 SK텔레콤의 문자메시지 수익이 줄어든다며 단칼에 거절했다”며 “엄동설한에 매몰차게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속도의 반의 반만이라도, 당시 빠르게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했다면 지금 네이버 라인과 경쟁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고 한탄했다.
 
◇SK컴즈는 늦어버린 모바일 대응을 따라가려 했지만, 넷플릭스에 무릎을 꿇은 '블럭버스터'의 전철을 밟았다(사진=뉴스토마토 DB)
 
카카오는 이처럼 현실에 안주한 대기업의 맹점을 파고들어, PC메신저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던 SK컴즈를 제치고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다. 넷플릭스도 미국의 기존 미디어 기업이 감히 도입하지 못했던, 정액제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로 기존의 미디어들에 맞서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다 보면 ‘네이버가 하면 어떻게 할거냐? CJ가 비슷한 거 내놓았는데?’라는 벤처투자자들의 말이 지겹다는 반응을 보일 떄가 있다. 하지만 부동산서비스나 맛집 서비스처럼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 언제까지나 네이버의 사업 확장을 막아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특히 기술기반의 인터넷 사업분야에 과도하게 정부가 개입하면 국가 전체의 편익이 줄어들고, 외국계 기업에 시장을 내주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의 대기업들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야 한다. 그게 스타트업이 사회의 혁신을 이루는 존재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준호 기자
최준호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