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현대그룹이 22일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등 핵심계열사 매각을 통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이를 통해 3조원 중반대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돈이 되는 건 모두 팔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22일 ▲금융3사 매각(7000억원~1조원) ▲현대상선 항만터미널 사업 등 주요 사업부문 매각(1조5000억원) ▲부동산, 유가증권, 선박 등 자산매각(4800억원) ▲자기자본 확충(3200억원) ▲계열사 구조조정 및 반얀트리 호텔 매각(3400억원) 등 최소 3조3400억원에서 최대 3조6400억원의 유동성 자금 확보를 위한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
우선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할 방침으로, 이를 통해 총 7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매각작업 진행을 위해서는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한다. 이를 통해 금융계열사 등의 자산을 이전시키고 세부적인 매각방안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벌크 전용선부문의 사업구조를 조정해 약 1조5000억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부산 용당 컨테이너 야적장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소재 부동산과 보유중인 유가증권도 매각해 48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외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를 추진해 3200억원 이상을 마련키로 했다.
현대그룹은 내부적으로 과감한 구조조정도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및 업무개선을 추진하고, 현대아산 등 다른 계열사도 구조조정을 실행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반얀트리호텔도 매각함으로써 총 3400억원 이상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렇게 자구안이 실현되면 현대그룹은 1조3000억원 정도의 부채를 상환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사 기준 부채비율을 493%에서 200% 후반대로 대폭 낮추고 2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장은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선 파격적인 규모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관건은 인수합병(M&A) 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은 상황에서 현대그룹의 매물들이 ‘제값’을 받고 매각될 수 있냐는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현금보유도 충분한 상황이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면서 “현대그룹의 한축인 금융계열사 매각 여부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으며, 그룹의 유동성 문제해결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구조조정을 기점으로 현대그룹은 더욱 단단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향후 현대그룹은 금융권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시장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그룹 자구안.(자료=현대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