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 (사진제공=SBS)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한혜진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대중에 다가왔다. 순수해보이는 외모에서 나오는 단도직입적인 발언은 '힐링캠프'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고, 한혜진이라는 이름 값도 높아졌다. 축구선수 기성용과 결혼에서 성공하면서 한혜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지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본연의 배우로서가 아닌 예능인으로서 각광받았다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한혜진은 배우로서의 대표작은 많지 않다. 지난 2002년 드라마 '프렌즈'로 데뷔한 한혜진은 MBC '굿세어라 금순아'와 '주몽'의 소서노 역을 통해 배우로서 승승장구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작품 대부분이 크게 흥행하지 못하면서 '소서노'라는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 '용서는 없다', '26년'에도 출연했지만 크게 활약하지는 못했다.
그런 한혜진이 SBS 수목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이하 '따말')에서 불륜을 저지른 나은진의 괴로운 심정을 눈물로써 표현하며 배우로 돌아왔다. 깊은 수심이 드러나는 그의 연기는 불륜을 소재로 한 '따말'을 단순한 불륜치정극이 아닌 웰메이드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방송된 7회에서 자신이 바람을 핀 남자인 유재학(지진희 분)이 음식동호회에서 친분을 쌓은 송미경(김지수 분)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의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차 안에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장면은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죄책감에 송미경이 목을 조르는 꿈을 꾼 뒤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도 훌륭했다.
8회에서 송미경을 다시 만난 자리에서의 나은진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혜진은 나은진을 표현하기 위해 퀭한 눈빛에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오늘 외모 마음에 든다. 수심이 가득차고 어둡고"라는 나은진에게 복수심이 가득한 송미경의 대사 그대로였다.
◇한혜진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이 시퀀스에서 송미경을 바라보며 미안해하는 감정을 눈빛과 눈물, 표정만으로 그려낸 한혜진의 연기력은 진심이 묻어나보였다. 싸늘하게 변한 송미경에게 "자신에게 준 상처, 어떻게 견딜 수 있겠어요"라고 호소하는 부분과 송미경과 헤어지고 오열하는 장면은 한혜진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남편 김성수(이상우 분)에게 과거 남자와 바람폈다는 것을 토로하며 울먹거리는 모습 역시 감정의 깊이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감정 과잉으로 느껴지지 않게 절제된 모습으로 눈물을 터뜨렸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혜진은 이번 작품에서 달라진 연기력을 선보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새롭게 가정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로서 더 공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오롯이 작품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당초 일각에서는 한혜진의 연기력에 의문을 품고 "김지수와 붙을 수 있겠냐"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한혜진은 이러한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고 최고의 연기력으로 나은진을 그려내고 있다.
핓기 없는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한혜진의 지금 모습은 비주얼적으로는 그다지 예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노력과 심정이 묻어나오고 있어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