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국회가 새해 첫 날인 1일 새벽 5시가 넘은 시간에 2014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국정원개혁안도 통과시켰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외촉법)도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당초 여야 지도부는 예산안을 여야가 각각 원하는 외촉법과 국정원 개혁안과 함께 31일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외촉법에 대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재벌특혜법"이라고 강하게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특히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은 "내 손으로는 법사위에 상정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당의 분위기를 새누리당에 전달했고,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안과 외촉법 2월 국회 처리 입장을 꺼내들었다. 이에 민주당은 법사위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원하는 상설특검제를 외촉법과 연계시킬 것을 역제안했다. 여야의 이런 입장 차로 인해 쟁점법안·예산안 일괄처리와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며 일각에서는 준예산 우려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한길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밤 9시경 당 대표인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당의 중진들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김 의원을 지지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김 대표의 요청을 추인했다.
김 대표는 곧장 소속 의원들에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열고 외촉법을 통과시킬 것을 지시했다. 외촉법에서 실마리가 풀리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전체회의가 연이어 열러 355조8000억 규모의 2014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또 기획재정위도 양당이 미리 '빅딜'을 합의했던 '소득세 최고세율 대상 확대'·'대기업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등의 부자감세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를 통과시켰다.
ⓒNews1
이목은 1일 새벽 1시경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집중됐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외촉법 상정에 동의할지가 관심사였다. 박 위원장은 다른 쟁점법안·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한 후, 회의를 중단시키고 외촉법 상정 문제를 논의했다. 결국 새벽 3시경 속개된 회의에서 박 위원장은 사회를 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에게 위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의원은 위원장을 대신해 외촉법을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상설특검제를 2월 임시국회에서 진정성을 갖고 처리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새벽 4시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예결특위에서 통과된 355조8000억 규모의 올해 예산과 국정원개혁안 등을 통과시켰다. 현재 외촉법은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쪽지 예산' 의혹이 불거지며 통과가 잠시 미뤄진 상태다.
지난해 사상처음으로 예산안 처리에 해를 넘겼던 19대 국회는 올해도 해를 넘겼다. 이는 지난해 18대 국회 마지막에 통과된 국회 선진화법으로 직권상정이 불가능해지며, 여당의 야당과의 협상 과정이 길어지며 발생한 현상이다. 그러나 해를 넘겨 예산안이 처리되는 현상은 올해부터는 없어질 전망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2015년도 예산안부터는 매년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치도록 했으며, 이 기한 내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