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혁신은 실리콘밸리에서만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은 혁신적인 IT기업들이 대부분 미국에서 탄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유럽에서도 매년 주목할만한 IT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유럽의 유명 IT기업들. 스카이프와 로비오, 스포티파이
그렇다면 왜 유럽발 IT 신생기업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네일리 크루스 유럽위원회(EC) 부의장은 "유럽인들은 혁신이 실리콘 밸리에서만 나온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그것들이 회자되지 않을 뿐 유럽에도 많은 성공스토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1일(현지시간) CN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유럽지역의 벤처캐피탈 투자는 57억달러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국이 297억달러를 투자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구글부터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여전히 스타트업 기업들을 발굴하고 그들을 글로벌 IT기업으로 키우는 데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유럽에 성공적인 스타트업 기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잘 알려진 화상통화 플랫폼 스카이프는 에스토니아와 덴마크, 스웨덴 출신의 사람들이 창업한 대표적인 유럽의 IT기업이다. 또 이 밖에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와 앵그리 버드를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로비오 역시 유럽의 IT기업이다.
맨그로브 캐피탈 파트너스의 창립자는 "유럽에도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많은 IT기업들이 있다"며 "단지 우리는 미국처럼 그들을 띄워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유럽의 스타트업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바로 투자자들과 기업가들의 태도 차이다.
미국의 기업가들은 유럽의 기업가들보다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실패'가 '투자'에 반영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유럽에서는 '실패'를 '손실'로 본다는 것이다.
엔리크 벨라스코 카스틸로 IHS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실리콘 밸리의 시스템은 많은 기업가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해 성장을 유도하는 구조"라며 "미국의 벤처투자가들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IT기업가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맛집 어플 개발사 조마토의 창립자 판카 샤다는 "스타트업 기업을 대하는 유럽인들의 태도 때문에 유럽시장으로 발을 들이는 것을 꺼렸다"고 말했다.
이에 종종 개발 단계에서 회사를 매각해버리는 유럽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조지 오 코너 팬무어 고르돈 애널리스트는 "IT업계는 IPO 열풍의 주역"이라며 "IPO는 신생기업들을 위한 훌륭한 자본조달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기업들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자금 부족 현상을 겪지만, IPO는 기업들이 그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