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팀, 크리스마스 이브와 연말연시를 고속도로에서 보내다

입력 : 2014-01-03 오전 10:57:03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계사년(癸巳年)을 보내고 갑오년(甲午年)을 맞는 지난해 12월31일과 1월1일 사이 심야 시간, 경기를 모두 정리하고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구단버스 내에서 지친 채로 힘겹게 새해를 맞아야만 했던 배구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같은 일정은 처음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낮 경기이나 설 당일도, 토요일 경기이긴 하지만 삼일절 경기도 모두 이 구단 선수의 몫이다.
 
이번 시즌 남자배구 LIG손해보험 선수단은 여느 시즌보다 힘든 겨울을 나고 있다. 모기업 대주주 변경 문제로 술렁이기도 했지만 경기 일정도 불리하다. 지난해 12월 15일 유효좌석수를 넘는 최다 관중이 배구장을 찾은 것이 대단하다 느껴질 정도다.
 
◇남자배구단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2013~2014시즌 경기 일정(2013년 12월~2014년 2월). (정리=이준혁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 12월31일, 설날..LIG손보 선수들 경기하는 날
 
매주 6일 동안 경기하는 국내 프로야구와 달리 프로배구는 매주 1~2회 정도 경기를 치른다. 원정 경기와 홈 경기가 불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특정일에 연이어 진행한 경우는 드물 수밖에 없다.
 
프로배구 경기일 설정에는 운영요강 제3장 32조에서 규정된 개시 시간만 명시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르면 남자부 경기를 평일 오후 7시, 토·일·공휴일 오후 2시 진행하며 여자부 경기를 평일 오후 5시, 토·일·공휴일 오후 4시에 연다. 경기 일자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없다.
 
하지만 LIG손보의 경기 일정은 다소 의아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과 연말(12월31일), 설 당일(1월31일) 잇따라 경기 일정이 잡힌 것이다.
 
세 날 모두 남자부는 LIG손보 경기만 있다. 지난해 두 경기는 구미 홈 경기, 올해의 설 경기는 수원 원정 경기하는 차이가 있긴 하나, 어찌됐든 LIG손보 입장에선 경기를 해야 하는 날이다.
  
◇지난 2013년 12월15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는 유효 좌석수를 넘는 6212명의 배구팬이 방문했다. (사진제공=LIG손해보험 프로배구단)
 
◇인기구단도 크리스마스 이브 관중감소는 어쩔 수 없어
 
프로스포츠는 많은 팬들의 관심 속에 더욱 성장을 한다. 관중석이 꽉 차면 선수들은 기운이 나게 돼 있다. 최근들어 배구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며 관객이 늘어나자 배구 선수들의 경기력은 계속 꾸준하게 향상되고 있다.
 
구미는 배구 열기가 강한 도시다. 41만의 도시에 프로스포츠 구단은 LIG손보 뿐이며, 구단 모기업의 뿌리인 LG그룹의 계열 사업장이 적잖기 때문이다. LIG손보가 오랫동안 구미 연고 팀으로서 자리잡은 면도 있다.
 
지난해 12월15일 열린 현대캐피탈전에는 무려 6212명이 경기를 보고자 박정희체육관을 찾았다. 유효 좌석수(5800석)를 넘는 관객들이 경기장을 방문한 것이다.
 
다만 크리스마스 이브와 연말에는 관객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열혈팬이라도 이날만은  전망이 좋은 관광지나 일출을 맞이하기 좋은 곳으로 떠난다.
 
12월24일 LIG손보는 '크리스마스 위드 LIG 그레이터스(Christmas with LIG Greaters)' 이벤트를 진행했다. 구단 컬러인 붉은색 옷이나 성탄절 의상을 착용한 팬에게 무료 입장 기회를 줬고, 여러가지 상품도 준비했지만 관객은 1961명에 그쳤다.
 
31일 관객은 3569명으로 그나마 나았다. 3연승 다음 경기로 지역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평일임에도 관객동원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LIG손해보험 에드가(오른쪽)가 19일 대한항공과 홈 경기에서 곽승석의 블로킹을 상대로 강타를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LIG손해보험 프로배구단)
 
◇'비록 홈경기는 아니지만..' 소치발(發) 타격도 예상
 
LIG손보는 다음달에도 비록 홈경기는 아니지만 적은 관심속에 치러야만 할 것으로 보이는 경기가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의 주요 '메달밭'인 쇼트트랙의 경기 시간과 LIG손보가 나서는 배구 경기가 시간상 중복된 것이다. 대전(2월13일 삼성화재전)과 안산(2월22일 러시앤캐시전)을 찾는 관객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일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LIG손보가 역차별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구자준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가 LIG손보 상임고문을 역임하고 있기에, 오히려 LIG손보가 불리한 경기 일정에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렵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LIG손해보험 배구단 관계자는 "경기장을 찾는 관객이 적으면 힘 빠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람인데 그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해도 선수들의 경기력이 약해지거나 경기 관리를 소홀히 하는 법은 없다. 경기장을 찾는 관객이 한 명여도 더욱 나아지는 경기를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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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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