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가변형 TV를 손에 들고 무대에 섰다. 곡면(커브드) OLED TV에 이어 또 한 번 같은 무기를 쥐고 마주하게 됐다.
가변형 TV는 사용자가 조작을 통해 편의에 따라 평판 TV나 곡면 TV로 전환이 가능하다. 리모콘을 통해 화면 곡률을 원하는 각도로 바꿀 수 있다. 양사 모두 가변형 TV를 세계 최초로 내놨지만 세부 사양은 차이가 있다. TV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주력분야도 길을 달리 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7일(현지시각)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4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CES에 출품할 가변형 TV를 공개했다. 크기면에서는 삼성전자가 85인치로 77인치인 LG전자보다 우위를 점했다. 휘어지는 정도(곡률)도 삼성전자가 더 크다. 최대 곡률은 4200R로, 반지름 4.2m 원의 곡률 수준이다.
성일경 삼성전자 VD사업부 상무는 "대형TV를 보는 거리는 보통 3~4m로 이 거리에서 가장 몰입감이 좋은 곡률은 4200R"이라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은 뒷면의 백라이트 유닛 때문에 가변형을 만들기 어렵지만 삼성전자의 기술로 이를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CES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가변형 올레드TV'.(사진=LG전자)
LG전자 가변형TV의 곡률은 5000R이다. 삼성전자에 비해 덜 휘어진다. LG전자는 두 사람이 5미터 정도에서 시청하는 것을 기준으로 가변형 TV를 봤을 때 가장 적합한 곡률이 5000R이라고 판단했다.
한상범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TV 크기마다 최적의 곡률이 있다"며 "어느 회사가 더 휘게 만들었다고 해서 기술적으로 낫다고 보는 것은 애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상덕 LG디스플레이 부사장도 "각 회사의 철학과 생산 방법의 차이일뿐 기술적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분히 삼성전자를 의식한 발언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삼성 '벤더블 UHD TV'의 디스플레이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 반면 LG의 '가변형 올레드TV'는 자체 발광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패널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통상 LCD 패널이 OLED보다 구부리기 더 어렵다. 따라서 양사가 경쟁적으로 가변형 TV를 선보였지만 OLED보다 UHD 디스플레이에 곡면형 기술을 적용하기 더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기술적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화질과 화면 반응 측면에서는 OLED 패널을 사용한 LG전자의 TV가 더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처럼 양사의 사양이 다른 것은 삼성은 차세대 TV로 UHD TV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운 반면 LG는 OLED TV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TV시장을 놓고 UHD와 OLED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양사 또한 관점과 전략을 달리 했다.
삼성전자는 UHD TV 확대를 위해 한계로 지적되던 콘텐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마존·넷플릭스·엠고· 디렉티비 등 방송·콘텐츠 기업들과 손잡고 스트리밍 방식의 UHD 전용 콘텐츠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영화사 파라마운트·폭스와 제휴해 UHD 영화와 스포츠·다큐멘터리 등의 영상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에 담아 판매하는 ‘UHD 비디오팩’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날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조 스틴지아노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무는 "올해 커브드 UHD TV를 중심으로 깜짝 놀랄 만한 제품들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UHD TV의 성장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성일경 삼성전자 상무도 "곡면형 TV는 완벽한 몰입감과 입체감을 제공하며 화면을 분할하거나 옆 각도에서 볼 때도 왜곡이 없다"며 "올해 UHD TV 시장이 4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접거나 휘는 디스플레이 등에 OLED가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로 세상을 바꾸자'를 모토로 올레드TV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상범 사장은 "2013년이 올레드TV의 서막이었다면 올해는 개화 시기"라며 "LG의 WRGB 기술이 올레드TV에 최적임이 입증된 만큼 올레드TV 시장은 LG가 중심축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RGB 방식의 삼성전자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OLED TV 시장이 오는 2016~2017년쯤 개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율이 여전히 한계로 지적되면서 이를 얼마만큼 빠른 시간 내에 극복하느냐에 따라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다.
이날 공개된 삼성과 LG의 가변형TV는 모두 시험삼아 만든 제품이다. 시판된다고 해도 다른 TV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높아 대중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량 생산이 아닌 주문형 소량 생산 체제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커브드 스마트폰처럼 가변형 TV도 양사의 기술 과시용으로 보인다"며 "이 제품이 상용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